김준희(효주 아녜스)홍익대학교에서 교육학 전공 뒤 만화가로 활동하던 중 전공을 살려 무료 대안학교 교장 노릇을 하며 지냈다. 지금은 본업인 만화만 열심히 그리며 살고 있다. 30여 권의 만화책을 냈다. 현재는 천주교 의정부교구 주보와 어린이 주보, 어린이 잡지 에 영어 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얼마 전,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세 아이가 돌아가며 감기를 앓았다. 거의 일주일을 아픈 아이들 시중을 들며 지내다 보니 내 몸 내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것 같았다. 그러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이 너무 빨리 자라는 게 아쉽기만 했던 마음은 싹 달아나고 이런 생각이 들지 뭔가? '아이들이 자라지 않고 내가 늘 보살펴야 할 어린 존재로 남게 된다면 그건 정말 재앙이겠구나. 가는 세월 붙잡고자 했던 어리석음이여 안녕!' 그때 이후로 조금 서운하더라도 가야 할 때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이 아름답다는 걸 실감한다. 뒷모습, 헤어짐, 끝
대선을 앞둔 한국의 정치인들은 기후위기와 기후 정의에 대해 침묵하고 있습니다. 영국 스코틀랜드의 항구 도시 글래스고에서 개최한 유엔기후변화협약 26차 당사국 총회(COP26)를 맞아 그레타 툰베리 등 청소년부터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10만 명이 넘는 세계인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었습니다. 이 집회에서는 “멸종이냐 사회주의냐”라는 구호와 “지금 당장 행동”과 “체제 변화”라는 구호가 압도적이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11월 6일 전국에서 탈석탄과 탈핵을 중심으로 “기후 정의”와 “체제 변화”를 외치며 집회와 시위가 열렸습니다.기후위기는
우리의 여름은 빠르게 소멸했다. 머리 위를 타오르듯 뜨겁게 비추던 태양도 사라지고 아침저녁으로 여벌 옷을 더 끼어 입어야 하는 스산한 계절이 왔다. 단풍은 아마도 이번 주쯤이면 절정을 이루고 그 마저도 흔적 없이 사라질 것이다. 이런 계절에는 정치나 과학, 경제 서적보다 내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 또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어도 무방할 그저 익명의 누군가의 소박한 삶을 엿보고 싶은 충동이 인다.'당신은 어떻게 살아왔나요.... 어떤 여름을 보냈고 지금 어떤 가을을 맞고 있나요'라고 작게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된다. 가을은 그런 계절이다.
고 정순규 씨는 경동건설 하청 노동자였습니다. 그이는 2년 전에 부산 남구 문현동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추락하고 사망했습니다. 고인은 구조물 공사 협력업체인 (주)JM건설 소속 노동자로 옹벽 벽체 거푸집 해체작업 중에 추락하여 병원으로 옮겼으나, 다음 날인 10월 31일 사망하였습니다.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그이의 진상은 아직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사건조사 과정에서부터 각 기관(경동건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부산지방경찰청)들이 재해 발생 원인을 다르게 이야기하였습니다. 검찰은 부산지방고용노동
후쿠시마현 이이타테 마을의 하세가와 켄이치 선생이 암 투병 끝에 별세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하세가와 선생은 이이타테 마을에서 이장을 지냈고, 낙농업을 하셨습니다. 많은 사람이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핵발전소로부터 40킬로미터 넘게 떨어졌던 이이타테 마을로 피난을 왔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핵사고가 있던 날은 짙은 구름이 낮게 깔렸고, 비가 왔습니다. 바람은 핵발전소에서 이이타테 마을로 불었습니다.하세가와 켄이치 선생은 우연히 도쿄전력 관리직 직원이 트위터에 남긴 글을 보았습니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바람의 방향이 이이타테로
제8회 가톨릭영화제(CaFF)가 10월 28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열린다.올해 주제는 ‘감사하는 삶’으로, 팬데믹 시대에 다양한 영화를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찾고 감사하는 삶의 모습을 발견한다는 취지다.개막작 ‘필링 스루’를 비롯해, 12개 나라의 장단편 영화 50편이 상영되며, 단편경쟁 부문 본선 진출작 상영 및 시상 등도 진행한다. 홍지영 감독과 김영민 배우 등이 단편경쟁 부문을 심사했다. ‘철없는 베이커리’, ‘나무의 시간’ 등 다양한 단편 애니메이션 12편도 상영된다.방역지침 준수를 위해 개회식과 폐막식은
이 책은 여성의 주체적 종속에 대한 저자 캐롤라인 냅 자신의 혼란과 분노를 넘어선 성찰의 기록이다. 그녀는 자신의 내적 허기를 개인적 사건을 통한 성찰과 내적 기록으로 면밀하게 써내려갔다. 이 책은 여성들이 어린 시절부터 강요받는 여성다움에 대한 암묵적 강요와 사회적 시선에 대해 한 개인의 내면이 붕괴되는 뼈아픈 기록이자 신자유주의 시대에 나타나는 여성들의 다양한 문제를 숙고해 볼 수 있는 사회적 성찰의 텍스트로 삼아야 할 소중한 기록이다.저자는 1959년 저명한 정신분석가 아버지와 화가이자 주부였던 어머니 사이에 쌍둥이로 태어났다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는 찬란하게 아름다운 색감과 기이한 캐릭터, 서사의 전형성을 깨면서 종잡을 수 없는 결말로 이끄는 프랑스 영화들이 한국 관객을 사로잡은 시기였다. 일명 ‘누벨 이마주’라고 풀리는 프랑스 젊은 영화들은 경제적, 정치적 성장과 함께 드높아진 대중의 예술적 감식안을 사로잡았다. 그때 유행하던 영화 포스터들을 하나쯤은 소장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랑블루’, ‘베티블루 37.2’, ‘연인’ 같은 영화들, 그리고 뤽 베송, 장 자크 베넥스, 장 자크 아노 같은 감독들이 있었다.이들 중 가장 나이가 젊은 감독인 레
가을 깊숙이 들어간다. 내일은 늦가을 차가운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이다. 가을의 가장 깊은 곳으로 시간은 흘러간다. 우리는 11월의 위령 성월로 들어가기 전, 시월 낙조와 함께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하나둘 내려놓으며, 지난 봄, 여름의 생명력을 기억한다. 가을 끝자락. 미사 중 특송으로 '소나무'를 부른다. 그리고 한 사람이 생각난다.‘우리 모습 세월 따라 가을 빛으로 변해 가도, 언제까지나 길이 푸르리라’(노래 '소나무' 중)가을이면 떠오르는 노래, 가톨릭 생활성가인들이 사랑하는 노래를 만든 이를 만난다. 오늘 함께하는 이는
“서로와 모두를 위해”, 오지섭, 박재신,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2021“서로와 모두를 위해”는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모든 형제들’을 삶에서 어떻게 실천할지 담고 있다. 뉴스, 영화, 드라마 등을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모든 형제들’의 시각에서 실천적으로 해결하려 시도한다. 또 공자나 부처의 가르침도 같이 다루면서 ‘모든 형제들’의 문제의식과 실천이 가톨릭 신앙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편적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 준다.저자 오지섭 씨는 서강대 종교학과 대우교수이자 한국가톨릭문연구원 연구이사다. “예수님의 길에서
동해안 7번 국도는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부산에서 출발해서 울산과 포항, 영덕과 울진을 거쳐 삼척과 동해시 그리고 강릉으로 가는 길은 한국의 잘못된 에너지 정책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차별과 배제의 길이 되고 있습니다.부산에서 출발하여 기장군과 울주군을 가는 길에는 세계 최대의 핵발전소가 밀집되어 있습니다. 고리와 신고리 핵발전소가 있는 곳의 반경 30킬로미터 내는 부울경 주민 약 382만 명이 살고 있습니다. 울산의 중화학 공업단지가 있습니다. 이 길을 지나면 월성 핵발전소가 있고, 핵발전소에서 배출한 핵쓰레기
이야기가 무진장 많다는 게 이렇게 큰 문제가 될 줄이야.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무엇에 대해 먼저 얘기해야 할지 몰라서 글이 나아가지를 않았다. ‘한 달에 한 번이면 거뜬하지‘ 하고 문을 열었는데 결국 한 달을 넘겨서까지 끙끙대며 이 글을 쓰고 있다니! 그러는 사이에 또 새로운 이야기가 태어나 그걸 들여다보고 있으면 또 다른 이야기가 내 등을 두드렸다. 똑똑!! 뭐하고 계시나요? 어서 사건을 수습하셔야지요?아, 날이면 날마다 맞닥뜨리는 트러블들.... 그 가운데 내가 나서지 않을 수 없었던 문제부터 말하는 게 낫겠구나.
84년의 역사를 가진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가 새로운 주인을 맞았습니다. 동부건설이 2021년 9월에 새 주인이 되었습니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84년의 역사에는 노동자들의 눈물과 땀이 녹아 있습니다. 노동자들을 위한 식당과 화장실도 없는 현장에서 배를 한 척 만들 때마다 무명의 수많은 노동자들이 다치고, 죽어갔습니다. 그 노동자들의 원한과 가족들의 눈물이 녹아 있습니다. 그들의 삶과 죽음이 함께하고 있습니다.동부건설은 영도 조선소의 땅을, 영도 조선소의 배와 기계를, 공장을 그렇게 달랑 한진중공업이라는 ‘회사’ 하나를 산 것이
“여성, 존엄을 외치다”, L. 줄리아나 M. 클라센스, 분도출판사, 2021전쟁, 빈곤 등 폭력적인 상황에서 창의적이고 비폭력으로 저항했던 구약성경 속 여성 인물들을 탐색한 책이다.저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텔렌보스 대학 신학부의 구약학 교수인 L. 줄리아나 M. 클라센스. 그는 “구약성경이 여성의 삶을 전하는 풍부하고 다양한 방식을 폭넓게 이해하도록 도와줄 것”이기에 여성의 저항이라는 관점으로 성경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저자는 남아프리카에의 성차별, 젠더 폭력 등의 상황을 통해 여러 억압과 지배 속에서 자신의 존엄성을 훼
가을이다. 중력의 힘을 받아들여, 봄과 여름을 뜨겁게 보낸 열매들이 하나하나 땅으로 다가오는 가을이 오고 있다. 하늘을 향해 던져졌던 기도의 노래가, 누군가의 낮은 마음에 가라앉고 또 다른 기도를 시작한다. 9월에는 ‘가톨릭 축제의 광장’을 만드는 사람을 만나본다. 기도 노래의 광장이다. 라디오국에서 PD로 하느님을 찬양하는 박종인(베네딕토)이다. 다음 달에 열릴 ‘제20회 CPBC 창작생활성가제’ 총 PD를 맡은 그를 만나, 가톨릭 매스 미디어 피디로서의 일상과 창작생활성가제 20년의 날들에 관해 이야기
이 영화는 세상의 끝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소녀들의 로드무비다. 80분 러닝타임이 어쩌면 지루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특별한 상황이나 사건 하에서 캐릭터의 고난과 고뇌, 각성 이후 성장, 이런 식의 드라마 전개가 없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영화가 마음을 흔드는 이유는 진정성 즉 진실의 언어로 가득한 작품이어서다.이제 막 아이에서 벗어난 중학교 1학년 네 명의 소녀는 세상에 호들갑스럽게 반응하거나 혹은 모든 것에 심드렁하게 반응하지 않는 딱 중간 정도의 아이들이다. 한 아이가 낯선 학교로 전학을 오고 특별난 계기 없이 삼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