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성당에 다니기 시작했다고 말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놀랍다’와 ‘의아하다’다. 어릴 때 성가대 선생님을 좋아해서 교회에 다닌 것을 제외하고는, 교회나 절에 다녀본 적이 없고 종교적인 것에 별 관심이 없이 살아왔기 때문이다. '신자 이미지'가 따로 있어요?얼마 전, 같은 직장에서 일했던 지인을 거의 3년 만에 만나 그간의 안부를 묻고 담소를
나의 책 『새번역 논어』와 『논어의 발견』이 처음 나온 것은 1999년이었다. 그 해 10월, 책을 펴내기 위해 편집과 디자인 등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고 마지막까지 남은 문제가 표지 디자인이었다. 출판사에서 제시한 디자인이 전반적으로는 마음에 들었으나 다만 표지 한가운데에 위치한 공자의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주름과 수염 투성이에다 귀신처럼 늙은
지난 주 월요일(11일)에 삼척에 다녀왔어요.삼척에서 ‘핵 없는 세상을 위한 생명평화미사’와 삼보일배 행진이 있었거든요.9시에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버스를 타고 출발했어요.1시에 삼척에 도착해 점심식사 후 시청광장으로 갔더니이미 많은 삼척시민이 모여 있었지요.천주교 원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주관으로 미사가 봉헌되었어요.그 거리에서, 마음은 절로 경건해졌어요.미
하삼두 (스테파노)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동아대학교,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고, 현재 밀양의 산골에 살며 문인화와 전례미술을 연구하고 있다. 그동안 성당과 수도원, 기타 교회관련시설에서 미술작업을 했다. 등 명상그림집을 펴냈다.
한동안 신전의 무너진 돌기둥에 비스듬히 등을 기대고 앉아, 비록 15년 만에 단명해버린 왕조의 수도이지만 고대 이집트의 정치, 경제, 종교, 예술 다방면에 걸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 일찍이 유래없이 찬란한 문예부흥의 서막을 열어놓았던 아마르나 시대의 다채로운 영상을 그려보다가, 다시 말라위 시내로 나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강을 건
주위에 성 문제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교회에서 죄로 규정하는 온갖 종류의 성적 일탈이나, 연인 사이에서 늘상 화두가 되는 "오빠 믿지"의 통속이라든가, 길가에 채이도록 만연한 성매매와 포르노, 더 나아가선 차마 밖으로 이야기하지 못한 지난날의 성폭력 경험이라든가. 경중이 있겠으되 섣불리 내놓으면 상처받고 그렇다고 꽁꽁 싸매어두기엔 도저히 답
길은 어차피 외길이다. 가다가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연히 누군가의 길과 가느다랗게 맞닿을 뿐이다. 만남은 그래서 소중하다. 모든 ‘외길’들을 엮이고 꼬이고 에둘러가다 이어지게 만드는 신비는 만남에서 비롯된다. ‘정상’ 궤도에서의 이탈을 경험한 남자와 여자가 만난다. 영화 (Silver Linings Playbook)은 꽤 요란한 남녀
바야흐로 부성의 시대인가 보다. 예능에서 의 다섯 아버지와 아이들이 주말 저녁을 쥐락펴락하더니 이번에는 이 영화계의 흥행기록을 새로 써나가고 있다. 은 지능지수가 여섯 살에 머문 아버지 이용구(류승룡 분)의 부성애를 다룬 영화이다. 그는 예쁘고 똑똑한 딸 예승(갈소원 분)과 단둘이 살고 있는데 우연한 사고로
박홍기 신부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광주대교구 가톨릭대학 교수)
오영애 씨가 달궈진 프라이팬에 무엇인가 볶고 있다. 매콤한 향이 퍼지는 게 오징어 볶음인 것 같다. 대여섯 명의 자원봉사자들도 오영애 씨 주변을 분주하게 오가며, 주문 내용을 전달하고 요리가 끝난 음식을 천막 안으로 나른다. 차림표에는 돼지고기 두부찌개, 오징어 볶음, 파전, 어묵 우동 등의 목록이 적혀 있다. 3월 6일 저녁, 종로 조계사 옆 우정총국 시
밤이면 밤마다 산개구리 울음소리가 자장가처럼 울려 퍼지니 드디어 봄이로구나 실감을 한다. 게으름에 익숙해졌던 몸과 마음이 겨울 끝자락을 못내 아쉬운 듯 바라보기도 했지만, 날이 풀리니 저절로 움직임을 마다하지 않게 되었다. 집안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밭에 무성한 냉이를 캐며 냉이 뿌리에 코를 들이대고, 쑥은 얼마나 컸나 머위는 싹이 났나 안부를 물으러
엊그제 토요일에 시청광장에 다녀왔어요.후쿠시마 2주년 추모행사가 있었거든요.비록 이웃나라 일이지만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비극을 기억해야 하니까요.우리는 핵발전을 당장 중단하라는 선언문을 낭독하고노래공연도 하고 피켓을 들고 시가행진도 했어요.그리고 제단에 꽃 한 송이 씩 바쳤지요느닷없이 닥쳐온 불행에 혼비백산하며 영문도 모르고 돌아갔을 넋들을 위해서요.아
이 땅에서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하나. 고등학교 때 우리가 존경했던 여러 선생님들께서 전교조를 결성하셨다. 그때 전교조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교직은 성직인데 어찌 교사가 노동자가 될 수 있는가라는 주장을 폈다. 이런 주장들은 우리 사회가 노동을 어떠한 태도로 바라보는지 엿보게 한다.둘. 1992년에 상영된 전교조에서 만든 영화 를 보면 영
아이들이 까사미아에서 서로 주먹을 날리는 때가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의견 차이가 발생하고 힘겨루기가 암암리에 진행되어 긴장관계가 조성되곤 하지요. 어카(어린이카페 준말)의 아이들 사이에서도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묵직하게 갈등상황이 연출됩니다. 어른들이 익숙한 일상의 공간은 물론 낯설게 여겨지는 공공 공간에서 시시때때로 연출하는
요 며칠 사이 셔츠 속에 껴입은 발열 내복이 답답하고 살갗이 스멀거리는 것이 수상쩍다 싶더니 앵두나무 우물가는커녕 노인정 쪽 발걸음이 외려 어울려 보일만 한 나인데도 마음은 주책없이 연분홍 치마를 날리기 시작한다. 어느 소설가는 ‘情은 늙지도 않아’ 라는 제목의 책을 쓰기도 했지만, 나는 ‘꿈은 늙지도 않아’ 라는 자탄을 하게 된다. 그것이 일장춘몽인지 호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내 직업을 얘기하면 언제나 같은 질문이 되돌아온다.“어떻게 그런 일을 하려고 마음먹었느냐?”는 것이다. 남성적인 나의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탓도 있지만, 사람들에겐 약간 낯설기 때문이기도 할 것 같다. 이쯤에서 내 직업을 얘기해야겠다. 나는 ‘백의의 천사’라고 불리는 간호사다. 즉, ‘남자 간호사’인 것이다. 십여 년 전 방영됐던 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