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덕수궁 대한문 앞에 또다시 소란이 일었다. 서울 중구청 직원들은 꽃과 흙을 무더기로 가져와 지난 4일 분향소를 강제 철거하고 만든 화단을 확장했다. 이에 항의하던 노동자 두 명은 경찰에 연행됐다.그런데 대한문 앞은 원래 꽃밭이었다. 1년 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먼저 떠난 동료들을 그냥 보낼 수 없어 분향소를 차렸을 때, 그곳은 하얀 국화 밭이었
살아가면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거리 두기’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서로 가시에 찔리지 않으면서도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거리.오래 전 들은 이야기다.이른바 비극으로 끝난 평강 공주 이야기라고나 할까?지금은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그리 대단한 화젯거리가 아니지만 예전에는 ‘사시’에 합격하면 현수막이 내걸리고 소를 잡아 동네잔치를 할 정도로많은 이들의 선망의
사마천은 기원전 145년 무렵 한(漢)나라에서 태어났다. 춘추전국시대가 종말을 고하던 기원전 221년 이후 76년 되던 해, 한나라가 건국되던 기원전 206년 이후로는 61년 되던 해였다. 말하자면 새 왕조가 유교 정신을 기반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제국을 만들어 가던 시기였다.하늘은 선한 사람의 편인가 사마천은 알다시피 궁형의 치욕을 무릅써가며 저 방대한 역
하삼두 (스테파노)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동아대학교,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고, 현재 밀양의 산골에 살며 문인화와 전례미술을 연구하고 있다. 그동안 성당과 수도원, 기타 교회관련시설에서 미술작업을 했다. 등 명상그림집을 펴냈다.
“엄마, 배고파.”다울이가 아침 인사 대신 늘 하는 말이다. 자고 일어나면 배가 고프다고 하니 눈 뜨자마자 먹을거리를 잠들기 전에 챙겨놓고는 한다. 그런데 하루는 준비 없이 잠들어 전날 남은 밥 한 공기조차 없었다. 먹을 걸 내놓을 때까지 다울이의 배고파 타령이 이어질 텐데 이를 어쩌나. 빨리 고구마라도 삶아야 했다. 마음이 급하니 고구마를 압력솥에 얹어
나는 마음이 약한 아이였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다가도 일어나서 숙제를 했다. ‘국민학교’ 2학년이었고, ‘대통령 영애 근혜 양’이 TV에 나와 자주 어린이 관련 담화를 하던 시절이었다. 부모님보다 ‘육영재단’과 ‘어린이대공원’이 이 땅의 아이들을 더 사랑하고 위하는 줄 알던 시절이었다.“비오는 날이면 누구누구네 집 비가 새는 천장 걱정”에 잠도 못
“책을 읽는다는 것은 우선 책 속의 글자를 읽는 일이지만 그와 동시에 책을 쓴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일이기도 하다. 그냥 피상적인 대화가 아니라 인생의 전 존재를 걸고 나누는 진지한 대화다.”(76~77쪽)책 읽는 사람, 책 읽는 공간을 따라서 정수복 선생은 같은 전문적인 연구서에서부터 같은 사색 깊은
지난 겨울 ‘함께살자 농성촌’을 취재차 방문했다가 수줍게 천막을 열고 들어서는 두 명의 청년을 마주한 적이 있다. “안녕하세요, 길벗한의사모임에서 진료를 나왔습니다.” 두 사람은 용산참사 유가족들에게 복사해 온 문진표를 나눠주며 식사는 제때 하는지, 잠은 잘 자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꼼꼼하게 물었다.그 후 제주 강정마을 평화센터나 부평 콜트콜텍 농성장 같
최근 우리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이야기들을 보면 김연아 선수의 화려한 부활, 조금 실망스러웠던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연예인들의 프로포폴 투약 혐의, 석 달이나 지났지만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한 18대 대통령 선거가 있다. TV와 신문에서도 연일 떠들썩하게 다루기도 하지만, 친구들과 수다 떨 때도 빠지지 않는 이야깃거리이기도 하다. 일명 ‘사회적 이슈
첫 그리스도인 순교자 스테파노는 예루살렘에서 살해당했다. 은 그 자리에 “사울이라는 젊은이”(7,58)가 있었다고 전하는데, 그 젊은이가 훗날 다마스쿠스로 가는 도중에 회심한 ‘바울로’라고 한다. 이 바울로 사도의 고향이 타르수스다. 타르수스는 지중해로 흐르는 치드누스 강 양편에 자리잡은 도시로, 기원전 333년에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치드누스 강
최근 외손주를 보았다는 지인의 말에 의하면, 딸의 가족이 방문했다가 돌아가면 내내 손주 얼굴이 눈에 아른거린다나?남의 얘기를 들을 때는 몰랐는데 당해 보니 그 심정이 절실히 느껴진다고 한다.누구나 당사자가 되어 보지 않고는 그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는 듯하다.그저 피상적으로 어림짐작이나 할 뿐.내가 고민의 당사자일 때는 답이 안 보여 헤매는데막상 남의
최영선 수사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 인터넷방송 ikolbe 책임자)
지난 주 경상도 산골마을에 귀촌해 사는 선배를 찾아 갔다. 이른바 갑상선 수술을 해서 목에 금(절개선 흉터)이 나 있는 여자들의 모임인 ‘목 · 금 · 녀’ 회동을 위한 발걸음이었다. 세간의 우스갯소리에 의하면 갑상선에 문제가 생기는 사람은 평소 하고 싶은 말을 다 못 하고 살아 그런 병이 생기는 거라 했다. 본인이 바로 그런 경우라며 몇 년 전 동병상련의
속도와 경쟁에 지친 상처받은 영혼들,‘오래된 미래’ 동막골로 흘러들다빨간 칠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기에 이 영화는 신성한(?) 국가관을 모독하는 불경스러운 좌빨영화다. 감히 공산군과 손을 맞잡고 우방인 미군에 맞서다니 말이다. 반면 진보적 민족주의자들이 보기엔 너무도 아름다운 영화다. 그들이 갈망할 만한 이상적인 합작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거나 저렇
고원을 품은 땅, 유목민, 언덕 위의 룽타. 이것이 떠나기 전 내가 티베트에 대해 가졌던 이미지다. 그러나 가서 만난 티베트는 노마드의 땅이기 이전에 순수하고 깊은 믿음의 땅이었다. 중국으로부터 억압을 받고 있는 상황 때문인지, 아니면 광활한 초원에서의 고독 때문인지 티베트 사람들에게 종교는 아주 가까이, 그리고 깊게 자리하고 있었다.티베트에 도착한 다음날
공직자 검증은 실종, 연예인 단죄는 가혹끝도 없다. 다음은 누구일까. 대체 어디까지 갈까? 더 파헤칠 만한 유명인, 얼마나 남았을까?사생활(私生活)은 사사로운 삶이다. 마땅히 보호되어야 한다. 이는 연예인에게도 해당된다. 철저히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권리, 노출하고 싶지 않은 부분은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는 한 가릴 수 있는 권리가 연예인에게도 있다고 본다
터키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피아 성당이 있는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떠나기가 쉽지 않았다. 여행이란 좀더 화려하고 웅장한 건축물을 보면서, 전혀 다른 풍광에 놀라고 부러운 시선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 도시를 떠나 인구 10만명에 그리스도인은 고작해야 50여 명 남짓 남아있다는 안티오키아를 찾아 비행기에 올랐다.안티오키아는 33년경 예루살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