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트콜텍 농성장의 마스코트 브라우니.아래로 살짝 처진 눈이 매력 포인트지만, 순한 인상처럼 사람을 너무 좋아해 용역이 와도 꼬리를 흔든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 이날 저녁에도 농성장에 사람들이 모여들자 브라우니는 신이 났다. 게다가 미사 시간 내내 풍겨 오던 닭꼬치 굽는 냄새에 마냥 기분이 좋았다. 이현수 신부가 닭꼬치를 내밀자 브라우니는 ‘손 안대고 고기만
내가 주영이네(가명) 집을 처음 방문하던 날은 정오의 햇빛이 따스하게 내리쬐던 어느 봄날이었다. 화창한 날씨와 신록이 우거진 숲을 배경으로 예쁜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온통 흔들어 놓던 날이었다.주영이네 집은 변두리의 허름한 연립주택 2층이었다. 계단을 올라가 노크를 하니 한참만에야 내가 누구인지 묻는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
“신부님, 대화에 임하십시오.”2002년 5월 23일 시작된 가톨릭중앙의료원(CMC) 파업은 끝났지만, 파업 내내 당시 강남성모병원 건물에 걸려있던 현수막 문구는 여전히 유효하다.지난 4월 11일부터 CMC 노조 조합원들과 해고자 5명은 교회를 향해 또다시 대화를 호소하며 촛불을 들었다. 정년을 코앞에 둔 동료가 올해는 부디 복직되기를, 아들에게 부끄럽지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한동안 ‘행복 전도사’로 이름을 날린 분이 있다.조금 튀는 염색 머리에 늘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행복하라 당부하던 분.방송에서만 뵙던 분이 우리 동네 시청 강당에서 강연을 하신다기에 한달음에 달려갔었다.역시나 내내 즐겁고 유쾌한 강연이었다.강연이 끝난 후, 집에 돌아가려 건널목 신호등에 서있었는데옆을 돌아보니 그분이 서 계신 것 아닌
이집트 서부 사막을 대표하는 오아시스 도시 시와를 출발하여, 모로코의 여행자가 운전하는 캠핑카에 올라 광활한 사막을 가로질러 이집트 전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름 휴양지로 알려진 마르사 마트르(Marsa Matruh) 해변에 이르는 동안, 베르베르인 소년 카미스는 내내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눈치였다. 난생처음 시와 오아시스 지역을 벗어나, 저 유명한 지중해의
여의도 시국미사, 대한문 생명평화미사, 평택역 앞 쌍용차 거리 미사, 강정의 평화를 위한 미사, ‘불을 놓는 불씨’ 미사, 용산 생명평화미사, 콜트콜텍 현장미사…….언제부턴가 카메라를 든 낯선 청년을 현장 미사 취재 때마다 만나게 됐다. 길거리 미사에서 만나는 사람을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대부분 얼굴을 알고 있다. 그런데 생
하삼두 (스테파노)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동아대학교,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고, 현재 밀양의 산골에 살며 문인화와 전례미술을 연구하고 있다. 그동안 성당과 수도원, 기타 교회 관련 시설에서 미술작업을 했다. , 등 명상그림집을 펴냈다.
다 괜찮은데 전라도만 안 돼!유쾌하고 흘러가면서 재미로 보기에 딱 좋은 영화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미심장한 대목을 발견하게 된다. 이 영화, 그다지 완성도가 높은 것 같지 않고, 좀 당황스러울 정도로 썰렁한 장면도 없지 않지만, 사람들 발목을 잡는 정체성과 편견에 대한 대목은 눈여겨볼 만하다.때는 바야흐로 1989년이다. 청춘남녀가 서로 사랑을 키워나간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출근길 바쁜 사람들의 발걸음 사이에 천막 농성장이 있다.2012년 8월 21일 농성을 시작해 장애인의 날인 4월 20일로 243일을 맞이하는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의 천막이다.이들은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 그리고 활동보조서비스 24시간 제공을 요구한다.이 요구는 비장애인들과는 관계없는 ‘그들만의 권리 찾기’일까.장애인차별
처음으로, 이 땅에서 엄마로 사는 게 창피하다. 국가를 위해 아이를 낳은 것이 아니라는 말조차 입에 담기가 창피하다. 입에 담으면 구토가 치밀 것 같다.아이를 낳은 여자에 한해서 ‘경력 단절을 보상’해 주는 의미로 취업시 가산점을 주겠다고 한다.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의 이름으로 국회에 대표발의됐다고 한다.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해서 일을 그만둔 여성들에게
하삼두 (스테파노)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동아대학교,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고, 현재 밀양의 산골에 살며 문인화와 전례미술을 연구하고 있다. 그동안 성당과 수도원, 기타 교회관련시설에서 미술작업을 했다. 등 명상그림집을 펴냈다.
당신의 과거는 안녕하십니까요새 고3 한 명을 알게 되어 이런저런 인생 상담을 들어주고 있는데, 참 할 말이 막연하다. 나는 내가 어떻게 자라올 수 있었는지에 대해 거의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 남에게 조금이라도 교범이 될 만한 건덕지가, 도무지 내 스무 살 전의 역사에선 찾아지지 않는다.사람은 어떻게 크고 자라는 걸까. 크고 자라온 사다리를 걷어차는 인간이
17일 덕수궁 대한문 앞에 또다시 소란이 일었다. 서울 중구청 직원들은 꽃과 흙을 무더기로 가져와 지난 4일 분향소를 강제 철거하고 만든 화단을 확장했다. 이에 항의하던 노동자 두 명은 경찰에 연행됐다.그런데 대한문 앞은 원래 꽃밭이었다. 1년 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먼저 떠난 동료들을 그냥 보낼 수 없어 분향소를 차렸을 때, 그곳은 하얀 국화 밭이었
살아가면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거리 두기’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서로 가시에 찔리지 않으면서도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거리.오래 전 들은 이야기다.이른바 비극으로 끝난 평강 공주 이야기라고나 할까?지금은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그리 대단한 화젯거리가 아니지만 예전에는 ‘사시’에 합격하면 현수막이 내걸리고 소를 잡아 동네잔치를 할 정도로많은 이들의 선망의
사마천은 기원전 145년 무렵 한(漢)나라에서 태어났다. 춘추전국시대가 종말을 고하던 기원전 221년 이후 76년 되던 해, 한나라가 건국되던 기원전 206년 이후로는 61년 되던 해였다. 말하자면 새 왕조가 유교 정신을 기반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제국을 만들어 가던 시기였다.하늘은 선한 사람의 편인가 사마천은 알다시피 궁형의 치욕을 무릅써가며 저 방대한 역
“엄마, 배고파.”다울이가 아침 인사 대신 늘 하는 말이다. 자고 일어나면 배가 고프다고 하니 눈 뜨자마자 먹을거리를 잠들기 전에 챙겨놓고는 한다. 그런데 하루는 준비 없이 잠들어 전날 남은 밥 한 공기조차 없었다. 먹을 걸 내놓을 때까지 다울이의 배고파 타령이 이어질 텐데 이를 어쩌나. 빨리 고구마라도 삶아야 했다. 마음이 급하니 고구마를 압력솥에 얹어
나는 마음이 약한 아이였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다가도 일어나서 숙제를 했다. ‘국민학교’ 2학년이었고, ‘대통령 영애 근혜 양’이 TV에 나와 자주 어린이 관련 담화를 하던 시절이었다. 부모님보다 ‘육영재단’과 ‘어린이대공원’이 이 땅의 아이들을 더 사랑하고 위하는 줄 알던 시절이었다.“비오는 날이면 누구누구네 집 비가 새는 천장 걱정”에 잠도 못
“책을 읽는다는 것은 우선 책 속의 글자를 읽는 일이지만 그와 동시에 책을 쓴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일이기도 하다. 그냥 피상적인 대화가 아니라 인생의 전 존재를 걸고 나누는 진지한 대화다.”(76~77쪽)책 읽는 사람, 책 읽는 공간을 따라서 정수복 선생은 같은 전문적인 연구서에서부터 같은 사색 깊은
지난 겨울 ‘함께살자 농성촌’을 취재차 방문했다가 수줍게 천막을 열고 들어서는 두 명의 청년을 마주한 적이 있다. “안녕하세요, 길벗한의사모임에서 진료를 나왔습니다.” 두 사람은 용산참사 유가족들에게 복사해 온 문진표를 나눠주며 식사는 제때 하는지, 잠은 잘 자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꼼꼼하게 물었다.그 후 제주 강정마을 평화센터나 부평 콜트콜텍 농성장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