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는 바람이 많이 분다. 높고 광활한 만큼 자유로운 바람이다. 그리고 바람은 티베트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친구이자 예술가이며 신실한 믿음의 동반자이다. 이곳 사람들은 바람에 의지해 그들의 아름다운 삶을 꾸려가고, 바람과 어울려 노래하고 춤추며, 바람을 통해 믿음을 더욱 깊고 넓게 한다.언덕에 바람이 불면 색색의 룽타가 나부낀다. 바람 한 자락에 한 결
논어의 많은 단편 중에서 제5 공야장편 26장은 매우 특별한 단편이다. 논어에 수록된 대부분의 단편들이 자왈로 시작되는 공자의 짧은 언급들이고 종종 대화의 상대방인 제자나 정치인들의 질문이 함께 수록되어 있는 정도인데 공야장편 26장은 공자와 제자 안연, 자로가 등장하는 3자 대화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단편이다. 물론 단편의 형태보다 중요한 것
언젠가 아이가 뭔가 부대끼는 것 같아걱정이 되어 내 딴엔 진지하게 물었다.“무슨 일 있니? 좀 힘들어 보이는구나. 내가 뭘 도와줄까?”“응? 난 괜찮아. 엄마만 잘하면 돼.”그 후로 다시는 그런 말을 안 한다. 윤병우화가. 전공은 국문학이지만 20여 년 동안 그림을 그려 왔다. 4대강 답사를 시작으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탈핵, 송전탑, 비정규직,
- 얼마 전에 교황 선출 선거인 콘클라베도 있었는데, 새 교황이 이전 교황에 비해 좀 더 혁신적이고 소탈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왜관수도원에서도 이번에 아빠스 선출이 있었고, 상당히 젊은 사제가 아빠스가 되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교황처럼 종신제라고 하던데요. 박현동 아빠스 :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이 소속된 오틸리아연합회는 전통적으로 아
하삼두 (스테파노)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동아대학교,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고, 현재 밀양의 산골에 살며 문인화와 전례미술을 연구하고 있다. 그동안 성당과 수도원, 기타 교회 관련 시설에서 미술작업을 했다. , 등 명상그림집을 펴냈다.
그런 방공호 같은 거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이 한 몸 비를 피할 오두막 같은 거, 의지할 피난처, 이 세상 한 구석 어디라도 좋으니 있기나 했으면 좋으련만.모두가 ‘힐링’을 말하는 시대다. TV 예능 프로그램까지도 힐링을 내걸고 세상 모든 것을 ‘치유’할 수 있는 듯이 군다. 가히 힐링을 가판대의 상품처럼 구매할 수 있을 것 같은 요즘이다. 누구나 수십 개
어쩌면 손의 대화가 음성의 대화보다더욱 깊게 소통하는지 모른다 언젠가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 미사에 참석한 적이 있다. 수화와 자막을 통한 철저히 시각적인 미사였다. 그렇기 때문에 미사를 거행하는 공간이 어두워서도 안 되고, 앞에 있는 주례 사제와 해설자, 독서자들이 잘 보여야 한다.미사가 끝나고 저녁을 먹는데 수화로 한참 대화를 하기에 밥을 먹다가도 서로
“하늘집에서 내려오면서도 그는 힘차게 팔뚝질했다.그 광경을 지켜보며 내 속에서 터져 나온 한마디.‘하느님, 감사합니다. 그가 살아있습니다.’힘차게 뛰던 심장이 일순간 멈춘 후삐 소리와 함께 찾아오는 일직선의 정적.그딴 건 내 기우였다.또 다시 그는 팔뚝질을 한다. 중년을 훌쩍 넘긴 사내의 몸짓에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는 처음이다.그가 살아있다.그것도 쿵쾅쿵쾅&
지난해 12월,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주관으로 내성천 생태답사를 떠났을 때였다. 누군가 눈 덮인 모래밭에 신발을 벗어 두고 바지를 걷어 올리더니 냇가에 발을 담갔다. 온몸을 웅크리게 만들만큼 추운 한겨울 날씨였다. 그는 얼음장 같이 차가운 내성천을 천천히 걸으며 조용히 말했다. “모래가 부드럽네.”최효정 씨는 땅을 좋아한다. 걷는 것도, 몸을 움직이는
얼마 전 아버지가 입원하셨습니다. 대장암이었습니다. 수술 자체를 거부하시던 아버지를 겨우 설득해 종양 절제 수술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퇴원을 앞둔 며칠 전 병원에서 어머니는 저를 따로 부르셨습니다. 그리고는 아버지가 항암치료를 안 하시면 오래 살지 못한다는 말씀을 제게 하시며 어머니는 우셨습니다.우는 어머니 모습을 보며 제 가슴 한 켠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
은 여러모로 피곤한 영화다. 우선 이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거의 없다. 이번 주에도 서울에 있는 극장 두 곳에서 하루 1~2회 상영을 하고는 있지만, 평일 낮 시간에 몰려있는 상영시간을 맞춰 극장을 찾아가기란 쉽지 않다. 제주 4.3 항쟁과 강정마을 해군기지건설을 잇는 영화의 주제는 안 그래도 복잡한 마음을 더 불편하게 한다. 그럼에도 의지를 갖고
볼품없던 좁은 골목길이 새 옷을 입었다.겨우내 쓰레기로 의심받으며 구석에 쌓여있던 스티로폼 상자는 누군가의 소박한 상자 텃밭이었던 거다. 스티로폼 상자에 심은 상추 싹은 벌써 손가락 길이만큼 자랐다. 올해는 욕심이 더 났는지 맞은편에 보도블록을 세워 흙을 채우고 고추를 심었다. 두 줄로 세워진 텃밭 때문에 골목은 네 뼘 길이만큼 좁아졌지만, 그의 초록색 욕
“사랑하는 하느님,위험을 무릅쓰고 선을 감행하는 이들을 보호해 주십시오.”메이데이를 맞아 조카 박수현 양이삼촌 박종인 신부(예수회)에게 보내는 응원 메시지.(2013년 5월,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빨래를 널려고 하는데옷걸이 하나를 집으니 수십 개가 엉켜서 딸려 올라온다.지난번에 빨래를 걷고 나서 아무렇게나 던져두었기 때문이다.가지런히 정리해 둘 것어디 옷걸이 뿐이랴. 윤병우화가. 전공은 국문학이지만 20여 년 동안 그림을 그려 왔다. 4대강 답사를 시작으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탈핵, 송전탑, 비정규직, 정신대 할머니 등 사회적 이슈가 있는
안녕하세요. 꼴베입니다.골목 안을 향기로 가득 채우던 라일락이 지고 있네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그동안 선물할 계기도 마땅치 않고, 개인적으로 사람들과 협동조합을 만들어 보려고 바쁘게 지내다보니 좀 쉬게 되었습니다. 제가 게을러서 그런 것처럼 느껴지신다면 기분 탓일 겁니다.봄이 되니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네요. 사각사각 소리를 내는 연필로, 잉크가
며칠 동안 모로코에서 온 건축학자 부부는 날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으로 출퇴근하면서 열성적으로 연구에 몰두했고, 카미스와 나는 알렉산드리아 시내에 산재해 있는 고대의 유적지를 구석구석 찾아다녔다.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마지막 여왕 클레오파트라 7세의 죽음과 함께 300년간의 그리스인에 의한 통치가 끝남과 동시에 로마 제국의 속국으로 전락한 이집트는, 그 후
딸아이가 고국에 새로운 일자리를 갖게 되었다. 뉴질랜드를 떠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내심 흐뭇하면서도 왠지 가을 코스모스 가지마냥 마음이 흔들거린다. 원하던 학업을 마치고 일을 찾아 부모 곁을 떠나는 터라 이번은 감회가 다르다. 아들 녀석도 몇 년 전 고국에 가서 둥지를 틀었다. 이번에 딸까지 떠나면 아내와 둘만 남게 된다. 함께 추억여행 하나 만들자는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