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좋아할 수 없는 순간들을 자주 경험하고는 한다. 스스로 피곤해질 정도로 강박적으로 전기코드나 문단속을 확인할 때, 사진으로 찍힌 내 모습을 볼 때, 해야 한다고 생각한 일을 제 시간에 완수하지 못했을 때, 나는 내가 끔찍이도 싫어진다. 나를 남과 비교하고 있는 스스로를 자주 발견하고,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나를 보며 실망한다. 다른 사람
둘째 아이를 낳고 얼마 동안은 둘째부터는 모든 게 쉽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 낳는 것부터 훨씬 수월했을 뿐더러 산후 몸 회복도 빠르고 젖몸살도 없이 지나갔다. 한밤중에 몇 번씩 깨어 아이에게 젖 먹이는 일이 고되기는 했지만 그 정도쯤이야. 첫째 키울 때에 비해 여유가 생기니 아이 예쁜 것도 알겠고, 그 맛에 어지간히 힘들어도 힘든 줄을 몰랐다.다만 커다란
“철폐하라! 철폐하라!”서울역 광장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구호소리. 전국에서 앓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요즘이다. 무대에 오른 사람들은 구호에 맞춰 프라이팬과 냄비를 두드렸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최근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의 폐지다.유통법 개정안 통과는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로 제한하고, 월 2회 휴일 휴무, 사전 입점 예고 등을 골자로
가톨릭노동장년회 인천교구연합회 남명수 회장. 인터뷰를 청하니, 가노장 활동을 함께 하고 있는 아내와 인터뷰를 같이 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물론 감사한 일. 택배 기사로 일하고 있어 부득이 일이 끝날 시간, 그의 집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다. 오후 7시 반에 업무를 마치고 아내와 약속 장소로 나온 남명수 회장의 눈이 피로 때문인지 발갛게 충혈돼 있었다.정해
밀양에 다녀왔어요.연일 밀양의 긴박한 소식이 SNS를 통해 전해지면서더이상 지체할 수 없어 희망버스가 시동을 걸고금요일 밤을 달려 전국에서 250여 명의 사람들이 밀양 땅에 모였어요.뜨거운 뙤약볕 아래 굴삭기에 쇠사슬로 몸을 엮은 할머니들이두려움도 없이 앉아있네요.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희귀병이 있다고 해요.아픔을 느끼지 못하니 벌레가 몸을 갉아먹어도
논어 제15편 32장에는 쉬우면서도 어려운 단편 하나가 나온다. 쉬우면 쉽고 어려우면 어렵지 쉬우면서도 어렵다는 말은 무슨 말인가 할 것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왜 이 단편에 대해 쉬우면서도 어렵다는 표현을 사용하는지 이해할 것이다. 먼저 이 단편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子曰; 君子謀道, 不謀食. 耕也, 餒在其中矣. 學也, 祿在其中矣. 君子憂道,
하삼두 (스테파노)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동아대학교,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고, 현재 밀양의 산골에 살며 문인화와 전례미술을 연구하고 있다. 그동안 성당과 수도원, 기타 교회 관련 시설에서 미술작업을 했다. , 등 명상그림집을 펴냈다.
우리신학연구소가 발간하는 월간지 5월호에서 교구별 가톨릭 신학교의 필요성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서울과 광주 두 곳뿐이었던 가톨릭 신학교는 1980년대에 대구(1982년)와 수원(1983년)에 설립되고, 이어서 부산(1991년), 대전(1993년), 인천(1995년)에서도 신학교가 신설되었다.이미영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실장은 전국
언제까지 인간이 이 지구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늦은 밤 케이블 텔레비전 영화 채널을 돌리고 있으면 바이러스가 퍼져가면서 서서히 인류가 멸망해가는 내용을 다룬 영화가 꽤 많다. 가령 사람들의 신체를 변형해 무기화하려는 실험을 하다가 바이러스가 퍼지고, 감염된 사람들이 좀비로 변한다. 남아 있던 생존자들도 점차 좀비가 되어가고 인류는 멸망 직전에 이른
된장국을 끓인다. 표고 절편과 다시마와 깍둑썬 감자를 쌀뜨물에 넣고, 끓으면 양파와 마늘과 고추와 생강 약간을 넣고, 시커먼 집된장을 푼다. 한소끔 끓으면 뜸을 들이고 불을 끈다. 그 때쯤이면 안친 밥도 거진 익어 배기구의 쌀 증기가 가뭇해진다. 쌀밥과 함께 된장국을 먹는다. 고기 한 점 안 들어간 식단이 이리 풍요롭고 긍휼하다.할머니가 담근 집된장을 먹은
내 월급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국민연금 납부금이 대량살상무기를 만드는데 쓰인다? 부정하고 싶겠지만 사실이다. 국민연금은 111개국에서 사용 · 생산 · 비축 · 이전이 금지된 대표적 비인도 무기인 확산탄(Cluster Bomb, 집속탄)을 생산하는 한화와 풍산의 최대 투자자다.확산탄은 수천, 수만 개의 작은 폭탄을 품은 산탄형 폭탄으로 광범위한 지역에 무
토요일 아침에 배낭 하나씩 짊어지고 아내와 함께 산나무 그늘 드리워진 목조 다리를 건넜다. 다리 아래로 짙은 옥색 강물이 유유히 흘렀다. 다리 중간에 서서 강줄기 위쪽을 바라보니 안개 덜 걷힌 모습이 한 폭의 수묵화였다. 한 발자국씩 천천히 화폭 속으로 들어가다 보니 생각도 느낌도 차분히 가라앉았다. 그저 앞만 보고 오르막길을 넘어 내리막길로 한 시간쯤 걸
2010년 6월 5일, 까사미아를 열었을 때 참으로 설렜습니다.까사미아가 올해 6월 5일이면 벌써 세 살배기가 됩니다.세월 참 빨리 지나갔지요?까사미아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은 기적의 순간이요, 만남의 시간이요, 행복의 세월입니다. 매일 매일의 작은 에피소드들이 모여 인연의 역사를 이뤄가고 있습니다.‘큘로, 큘라’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저희
이누카이 미치히로(犬養光博) 목사는 1961년 일본 동지사대학 재학 중에 북규슈 지역의 폐광촌을 처음 방문했다. 친구들과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찾아간 그에게 “하늘 아래서 죽고 싶다”, “숨이 막힌다”, “가족이 보고 싶다”고 탄식하는 탄광 노동자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돌보는 이도 없이 열악한 환경 속에 방치된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엊그제 부처님 오신 날에근처에 있는 용주사에 다녀왔다.마침 저녁 예불을 시작했는지 독경 소리가 절 마당에 퍼진다.나도 모르게 모아지는 손.저녁이 되어도 떠나지 않는 많은 사람들합장을 하고 머리를 조아린다.무엇을 저리도 간절히 빌까?절 마당엔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연등이 빽빽하다.하늘에 펼쳐진 꽃밭연등마다 등표가 달려있는데 자세히 보니한 가족의 태어난
지난해 9월, 100여 명의 수녀님들이 밀양 송전탑 현장을 찾아 주민들을 만났다. 밀양 부북면 현장은 어머니의 젖가슴을 닮았다는 화악산을 끼고 있다. 나무들이 잘려나간 산에 올라 수녀님들은 한참을 기도한 뒤, 주민들을 껴안아 위로했다.안겨있는 이는 마을 주민 ‘사라 할머니’.여든이 훌쩍 넘은 사라 할머니를 첫 밀양 취재 때 만났다. 생전 처음 보는 어린 사
남자가 사랑할 때는 언제일까? 그때가 정말 언제인지를 알고 공감하는 건 남자일까, 여자일까? MBC 수목극 는 제목만으로 압도하는 점이 있다. 드럼 소리가 가슴을 두드리던 마이클 볼튼의 팝송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래서 초반에는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했다. 그러나 막상 시청하고 나서 경악했다. 남자들의 여성성이 전혀 작동되지 않기 때문
반원형의 해안선을 따라서 이집트 역사의 지난한 변천 과정을 적나라하게 반영하는 유적지가 산재해 있는 고도(古都) 알렉산드리아를 돌아 나와, 이집트 북동부 나일강 삼각주 끝에 위치한 항구도시 로제타((Rosetta)를 지나자, 드디어 다미에타(Damietta)에서 카이로행 기차에 올랐다.다미에타를 출발한 기차가 알렉산드리아와 다미에타로 향하는 철도가 교차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