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발간하는 6월호는 ‘과잉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를 지적하는 글이 실렸다. 부산 살레시오 영성의 집에서 피정 지도를 맡고 있는 김용은 제오르지아 수녀(살레시오수녀회)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디지털 매체에 노출된 현대인들이 ‘접촉’(contact)은 하지만 ‘접속’(connect)처럼 대화를 나눈다고 꼬집었다.김 수녀는 인터넷
주일 아침,카페 청소하러 내려갔더니……밤새 흰 눈이 내렸나?야광 나무 꽃향은 서서해지고, 하얀 무늬들만이 바닥에 흐리게 아른거립니다.소리 없이 내린 눈은 꽃눈이었습니다.야광나무 꽃잎인 줄 알면서도마음은 눈이라고 믿고 싶었던가 봅니다.꽃양귀비는솜털 꽃받침 밀어내고 올라온 지 하루나 되었을까?아니, 이틀 되었나?하얀 꽃눈 밭에 빨간 입
올해 들어 가장 더웠던 6월 1일, 서울 마포구 홍대 앞 걷고싶은거리에서제14회 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한 부스에서 퀴어의 목소리를 엮어 조각보를 만들었다.“나는 제정신입니다.”“나는 당신의 직장동료입니다.”‘더 퀴어(QUEER), 우리가 있다’라는 타이틀로 열린 이번 축제는 서울 LGBT 영화제(6월 6~8일), 차별금지법 막강 토론회(6월 14일) 등으로
하삼두 (스테파노)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동아대학교,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고, 현재 밀양의 산골에 살며 문인화와 전례미술을 연구하고 있다. 그동안 성당과 수도원, 기타 교회 관련 시설에서 미술 작업을 했다. , 등 명상그림집을 펴냈다.
드넓게 펼쳐진 나일 강 서안의 농경지대와 사막지대의 경계선상에 자리한 고대 유적지를 향해 걸어가는 동안, 누비아 화공의 귀여운 아이들은 재차 물었다.“그래서, 그 다음, 그 다음은 뭐라고 말했을까요?”“글쎄, 과연 뭐라고 말했을까?”“정말 잘 모르시겠어요? 사막이 아름다운 건 음, 음.....”“글쎄, 그건 아마도 피라미드와 낙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생
교도소 감방, 죄수들, 연극 상연……. 이런 키워드로 생각나는 작품이 혹시 있나요?저는 남아공 극작가 푸가드(Athol Fugard)의 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이 작품은 같은 감방에 수감된 두 죄수가 연극 를 상연하는 과정을 통해 부조리한 현실 속 인간의 자유와 정의에 대해 탐문하는 연극입니다. 이십 년도
모함은 언제고 모함 당하는 자의 것이 아니다. 하는 자의 것이다.어떤 한 사람이 그의 시대 전체로부터 모함을 받았다 해도, 그것은 그 시대의 문제이지 그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므로 그의 잘못이 아니다. 다만 왜곡된 거울에 투사(投射) 당했을 뿐이다.시대의 욕망이 바람직하지 못한 방식으로 분출되는 일종의 ‘사냥감’으로 찍힌 이상, 뾰족한 탈출구는 없다
5월 17일 부처님 오신 날부터 19일 일요일까지 2박3일, 예수살이공동체 현대사 기행 도보순례가 끝났다.‘현대사’란 일반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역사를 이르는 말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현대사라 함은 일제 치하에서의 독립부터 민주주의를 얻기 위해 독재에 맞서 투쟁하던 시기로 알려져 있다. 고로 ‘현대사기행 도보순례’란 말은 독립과 민주주의를 위한 항
하삼두 (스테파노)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동아대학교,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고, 현재 밀양의 산골에 살며 문인화와 전례미술을 연구하고 있다. 그동안 성당과 수도원, 기타 교회 관련 시설에서 미술작업을 했다. , 등 명상그림집을 펴냈다.
‘생각 없이 믿는 자, 유죄’. 6월호에 구미정 교수(숭실대)가 기고한 글의 제목이다. 은 6월호에서 ‘교회의 반지성에 반(反)하다’라는 특집을 마련해, 개신교 근본주의의 폐해와 번영신학, 그리고 반지성주의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웠다.구미정 교수는 “욕망과 행위 사이에 ‘생각’이라는 지적 활동을 전혀 작동시키지 않는 ‘일차원적
나는 ‘나’를 좋아할 수 없는 순간들을 자주 경험하고는 한다. 스스로 피곤해질 정도로 강박적으로 전기코드나 문단속을 확인할 때, 사진으로 찍힌 내 모습을 볼 때, 해야 한다고 생각한 일을 제 시간에 완수하지 못했을 때, 나는 내가 끔찍이도 싫어진다. 나를 남과 비교하고 있는 스스로를 자주 발견하고,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나를 보며 실망한다. 다른 사람
둘째 아이를 낳고 얼마 동안은 둘째부터는 모든 게 쉽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 낳는 것부터 훨씬 수월했을 뿐더러 산후 몸 회복도 빠르고 젖몸살도 없이 지나갔다. 한밤중에 몇 번씩 깨어 아이에게 젖 먹이는 일이 고되기는 했지만 그 정도쯤이야. 첫째 키울 때에 비해 여유가 생기니 아이 예쁜 것도 알겠고, 그 맛에 어지간히 힘들어도 힘든 줄을 몰랐다.다만 커다란
“철폐하라! 철폐하라!”서울역 광장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구호소리. 전국에서 앓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요즘이다. 무대에 오른 사람들은 구호에 맞춰 프라이팬과 냄비를 두드렸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최근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의 폐지다.유통법 개정안 통과는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로 제한하고, 월 2회 휴일 휴무, 사전 입점 예고 등을 골자로
가톨릭노동장년회 인천교구연합회 남명수 회장. 인터뷰를 청하니, 가노장 활동을 함께 하고 있는 아내와 인터뷰를 같이 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물론 감사한 일. 택배 기사로 일하고 있어 부득이 일이 끝날 시간, 그의 집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다. 오후 7시 반에 업무를 마치고 아내와 약속 장소로 나온 남명수 회장의 눈이 피로 때문인지 발갛게 충혈돼 있었다.정해
밀양에 다녀왔어요.연일 밀양의 긴박한 소식이 SNS를 통해 전해지면서더이상 지체할 수 없어 희망버스가 시동을 걸고금요일 밤을 달려 전국에서 250여 명의 사람들이 밀양 땅에 모였어요.뜨거운 뙤약볕 아래 굴삭기에 쇠사슬로 몸을 엮은 할머니들이두려움도 없이 앉아있네요.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희귀병이 있다고 해요.아픔을 느끼지 못하니 벌레가 몸을 갉아먹어도
논어 제15편 32장에는 쉬우면서도 어려운 단편 하나가 나온다. 쉬우면 쉽고 어려우면 어렵지 쉬우면서도 어렵다는 말은 무슨 말인가 할 것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왜 이 단편에 대해 쉬우면서도 어렵다는 표현을 사용하는지 이해할 것이다. 먼저 이 단편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子曰; 君子謀道, 不謀食. 耕也, 餒在其中矣. 學也, 祿在其中矣. 君子憂道,
우리신학연구소가 발간하는 월간지 5월호에서 교구별 가톨릭 신학교의 필요성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서울과 광주 두 곳뿐이었던 가톨릭 신학교는 1980년대에 대구(1982년)와 수원(1983년)에 설립되고, 이어서 부산(1991년), 대전(1993년), 인천(1995년)에서도 신학교가 신설되었다.이미영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실장은 전국
언제까지 인간이 이 지구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늦은 밤 케이블 텔레비전 영화 채널을 돌리고 있으면 바이러스가 퍼져가면서 서서히 인류가 멸망해가는 내용을 다룬 영화가 꽤 많다. 가령 사람들의 신체를 변형해 무기화하려는 실험을 하다가 바이러스가 퍼지고, 감염된 사람들이 좀비로 변한다. 남아 있던 생존자들도 점차 좀비가 되어가고 인류는 멸망 직전에 이른
된장국을 끓인다. 표고 절편과 다시마와 깍둑썬 감자를 쌀뜨물에 넣고, 끓으면 양파와 마늘과 고추와 생강 약간을 넣고, 시커먼 집된장을 푼다. 한소끔 끓으면 뜸을 들이고 불을 끈다. 그 때쯤이면 안친 밥도 거진 익어 배기구의 쌀 증기가 가뭇해진다. 쌀밥과 함께 된장국을 먹는다. 고기 한 점 안 들어간 식단이 이리 풍요롭고 긍휼하다.할머니가 담근 집된장을 먹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