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요청하기 전까지, 그는 기자에게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이었다. 지인들은 그를 “막걸리 좋아하고, 노래와 사람 좋아하는 언니”로 설명했다. 어디선가 “이야기를 참 재밌게 한다”는 말도 들었던 것 같다. 잘 알지 못하지만, 그에 대해 이야기하던 이들이 다들 그를 좋아하기에, 한번쯤 그가 사람들과 막걸리를 나눌 때 자리 귀퉁이에 앉아 이야기를 들으
하삼두 (스테파노)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동아대학교,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고, 현재 밀양의 산골에 살며 문인화와 전례미술을 연구하고 있다. 그동안 성당과 수도원, 기타 교회관련시설에서 미술작업을 했다. 등 명상그림집을 펴냈다.
다랑이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고 있다. 병원에서 퇴원한 뒤로 한 달 사이에 1킬로그램 가까이 몸무게가 늘었으니 정말이지 놀랄 만한 속도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두 달도 더 된 아이가 3킬로그램 정도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이상하게 여기고 동정의 눈빛을 보낸다. 그러면서 한 목소리로 하는 말이 아무래도 엄마 젖이 모자란 것 같다며 분유 먹여서 키우라는 것
연휴를 맞아 거리가 늦가을 단풍 날리듯 한산하다. 제법 비가 내리는 아침이다. 구름 뒤로 무지개도 살짝 얼굴을 내밀다 들어간다. 와이퍼를 움직여가며 운전하니 개운한 느낌이다. 젖어 가는 창밖 세상을 보니 마음도 촉촉해진다. 줄곧 내리는 가을비에 들판의 초지가 부쩍 생기를 띠고 있다. 집에서 40여 분 거리의 헬렌스빌 노천 온천이 또 하나의 쉼터가 되고부터
지난 21일,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밀양 할매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을 접수했다.할매들은 들고 온 지팡이가 무색할 정도로 씩씩하게 30배를 올리고 자리를 떠났다. 무릎도 안 좋은 양반들이, 급하게 상경하느라 밥도 자시지 못하고, 잘못한 게 없는데도 허리 굽혀 국회 앞에 절을 했다.“꼭 이렇게까지 해야 말을 알아듣겄나?”주름 가득한 손을 국회 담 너
20세기를 휘저었던 나치의 이미지는 새로운 세기에 접어든 지금에도 너무 생생하게 남아 있다. 아직도 아우슈비츠로 상징되는 홀로코스트가 이래저래 장사가 되고, 잔혹한 지도자의 이미지에는 히틀러가 교차한다. 그러한 나치를 경험한 독일인들은 얼마나 나름대로 심란했을까. 이제는 그만 반성하자는 여론이 일기 시작할 정도로 독일은 철저히 나치의 잔재를 없애려고 노력해
과유불급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지나친 것은 모자라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라는 것도 널리 알려져 있다. 조금 더 자세히 아는 사람이라면 이 말이 공자와 제자 자공(子貢)이 자장(子張)과 자하(子夏)를 두고 누가 더 나은지를 평가하는 자리에서 나온 말이라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자공은 공자보다 31세 연
유일한 시청각장애인 사제 키릴 악셀로드 신부가 방한해 지난 21일 서울 한강성당에서 출판기념강연회를 열었다. 이날 강연회에는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 담당 사제인 박민서 신부와 개그맨 이동우 씨가 참석해 키릴 신부에 대한 소감을 나누었다. 키릴 신부가 최초의 유일한 시청각장애인 사제이고, 박민서 신부가 아시아 최초의 청각장애인 사제라는 점은 그만큼 가톨릭교회 안
아주 어린 시절,저녁을 먹고 어두워질 무렵이면동네에 하나 뿐인, TV가 있는 집으로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사람들은 드라마를 보며 울고 웃다가 밤늦게 돌아갔는데저녁마다 안방을 내주어야 했던 집주인은얼마나 지겨웠을까?자식들이 저녁마다 쪼르르 남의 집으로 달려가는 것이 보기 싫다고결국 우리 집도 얼마 안 있어 TV를 들여놨는데그 문명의 이기에 중독이 되는
그는 시를 쓰고 노래를 만든다. 자기가 만든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때로는 그림을 그린다. 전라남도 강진의 작은 시골 교회에서 10년 가까이 목회를 하기도 했다. 가수, 작곡가, 화가, 목사, 시인……. 그를 규정하기 위해 임의진이라는 그의 이름 앞에 어떤 호칭을 붙이면 좋을까.홍대 앞 작은 갤러리에서의 공연을 앞두고 만난 그는 “무
나에게 청춘이란 과연 무엇일까란 생각을 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올랐단 것은 바로 친구들이었다. 친구란 자신의 살아온 삶을 보여주는 동시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알려주는 지표인 것 같다. 그리고 그 친구들과 어릴 적 놀던 기억, 같이 듣던 음악들 하나하나가 내 자신의 청춘 시절이 아닌가 싶고, 앞으로도 같이 만들어가는 청춘인 것 같다.어릴 때 친구들을 사귈 때
“재미있는 잡지를 팝니다! 한 번 사보세요!”토요일 오후, 광화문 한복판에서 빨간 조끼를 입은 아저씨가 무심한 사람들 사이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햇볕에 검게 그을린 양 손에 들고 있는 것은, 격주에 한 번 발행되는 잡지 . 1991년 영국에서 태어나, 3년 전 한국에 건너온 빅이슈는 노숙인만 판매할 수 있고, 판매금액의 50%가 해당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어찌 이 송구함을 갚을 수 있으랴.올해는, 급기야 이렇게 한없는 죄스러움만을 고백해야 하는 특집 프로그램으로 밖엔 영령들 영전에 바칠 게 없는 33주년이 되고야 말았다. 80년 오월 광주를 알아듣게 ‘해명’해야 한단 말인가? 동족들 앞에서 동족의 일원으로서!광주 MBC가 만들어 5월 31일에 방영한 다큐
신앙인아카데미에서 34호가 발간되었다. 신앙인아카데미는 평신도 교육기관으로서 종교 · 신학 강좌와 고전 강독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은 부정기 간행물로서, ‘깊은 수행’, ‘예언자적 성찰’, ‘생태적 시선’ 등 분리될 수 없는 세 영역을 통합적으로 바라보고 엮어내기를 희망하면서 2004년부터 발간해왔다.2011년부터 계속해서 연재 중인
아들이 다니는 고등학교에 다녀왔다. 가톨릭 재단에서 운영하는 학교인데 학생들의 진로탐색을 돕기 위해 직업에 대한 소개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을 학부모 강사로 초청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위해 참여한 재능기부 강사들은 모두 23명이었고, 강의를 들을 학생들은 대략 500여 명이었다. 학생들은 본인이 희망하는 분야의 강의가 펼쳐질 교실에 모여 있었고 우리들은 안
이른 아침, 출근길의 누비아 화공과 함께 피라미드 마을로 향했다. 커다란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어디론가 분주히 걸어가는 아낙들의 모습과 물담배를 피우며 한가로이 장기를 두는 노인들의 모습이 빈번하게 눈에 띄는 어느 골목길에 접어들자, 사막 문화의 실상을 고스란히 반영해주는 벽화가 다채롭게 그려진 진흙 담장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연분홍 버건빌리아 꽃향기가
옛 성인들이 경고한 7가지 죄악에도 속하는 게으름은자체가 악의 속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게으른 자의 영혼 또한 결코 편안하지 않다는데 일종의 징벌이기도 하지 않을까?왜 사람들은 게으름에 빠지는 것일까?넝쿨 장미가 한창인, 빛나는 이 계절에 만일 게으름에 빠졌다면 삶에 대한 일종의 직무유기는 아닐는지.게으름이란 행위의 유예, 행동의 굼뜸,이런 것이 연상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