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가는 데마다 일이 보인다. 밭에 무성한 풀은 물론이요, 밀린 이불 빨래, 어수선한 부엌까지 할 일은 많은데 뭐 하나 시원하게 해치울 수가 없다. 어쩌다가 다랑이가 누워서 노는 틈에 이 일 찔끔 저 일 찔끔 건드리기는 하지만, 아이가 울기 시작하면 끝장을 보지 못하고 아이에게 달려가야 한다. 가끔은 아이를 품에 안은 채 풀을 매고 밥 준비를 하기도 한다
비가 온다. 습하다. 연구실을 오르는 계단 앞이 감나무잎과 등나무 덩굴로 무성하다. 그 너머 시유지로 방치된 벗겨진 세간들과 가구들이 무성한 등나무꽃을 머리에 이고 있다. 땀이 많은 계절이라 무얼 부쩍부쩍 먹어도 살이 바로 오르지 않는다. 아침저녁 길어진 해로 일찍 일어나고 쾌적히 잠든다. 무엇을 살리고자 하는 열기들이 도처에 그득한 날들이다. 반나절이면
지난 5월 11일 제주 앞바다가 집이었던 수컷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불법 포획 4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갔다. 친구 춘삼이, 삼팔이(D-38)와 함께였다. 야생 적응 훈련을 위해 성산항 해상 가두리에 있던 제돌이와 친구들은 6월 27일 원래 서식지였던 김녕리 가두리로 옮겨졌고, 7월 중순경 자연 방류될 예정이다. 이 중 삼팔이는 22일 성산항 가두리를 홀로
“에로스의 묵은 정념을 일깨우는 일상적 에로티시즘이야말로 숨 막히는 현대문명의 두터운 금기를 성찰하고 그것을 과감히 위반하는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생명의 숨구멍을 끊임없이 확장하는 비평의 풀무질이다.” (7~8쪽)“이 책이 성서의 해석에서 인간의 아름다움이란 관점, 하나 됨을 갈망하는 인간의 꿈이라는 관점, 요컨대 생태적인 창조론의 관점을 좀 더 강렬하게 부
하삼두 (스테파노)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동아대학교,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고, 현재 밀양의 산골에 살며 문인화와 전례미술을 연구하고 있다. 그동안 성당과 수도원, 기타 교회관련시설에서 미술작업을 했다. 등 명상그림집을 펴냈다.
강신주는 (사계절, 2010)이라는 책을 통해 “지금까지 저는 수많은 유리병 편지를 받았습니다. 발신자는 스피노자, 장자, 나가르주나, 원효 등과 같은 철학자였습니다. 매번 편지를 받아 펼쳐볼 때마다 저의 고독과 외로움은 경감되었을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 과연 어떤 사람이 저의 유리
6월 27일 오후 성공회 대학로교회에서 열린 ‘세상과 이웃을 위한 찬양과 기도모임 코너(corner)’에 참석한 성공회와 예수교장로회 신자들이 기도하고 있다.“여러분은 이제 더 이상 외국인도 아니고 이방인도 아닙니다. 성도들과 함께 한 시민이며 하느님의 한 가족입니다. 여러분은 사도들과 예언자들의 기초 위에 세워진 건물이고,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바로 모퉁
무모한 여행을 떠나다 사는 게 지겹고 힘들었다. 지금 여기에서 ‘나’로 사는 것이 나를 숨 막히게 하고, 견디기 힘들었던 그 시절, 변화가 필요했다. 다르게 살고 싶었고, 전혀 다른 삶을 갈망했었다. 그리하여 새로운 삶과 변화를 꿈꾸며 2008년 가을, 무작정 유럽 여행을 떠났다.처음에 도착해서 묵을 숙소 외에는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었다. 막상 가보니
커다란 무대 위에 불이 켜지자 열두 명의 할머니가 걸어 나와 각자 자리에 앉는다. 어떤 이는 누워서 몸을 뒤척이고 그저 끼니를 때우 듯 식사를 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홀로 화투 패를 넘긴다.3일부터 서울 곳곳에서 열리는 서울 변방연극제의 개막작 다.연극은 몇 개의 에피소드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쌀밥을 먹을 수 있다는 말에 시작한 도시에서의
1일 오후 3시 서울 CGV 대학로에서 와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 공동주관으로 영화 공동체 상영회가 열렸다.는 블랙코미디의 대가이자 이탈리아 ‘국민 감독’인 난니 모레티 감독의 2011년작으로 콘클라베에서 교황으로 선출된 멜빌 추기경(미셸 피콜리)이 엄청난 책임감 앞에 두려움을
7월 1일, 제주 해군기지 현장의 ‘불법공사’ 감시 활동을 벌이던 박도현 수사와 송강호 박사가 또다시 연행됐다.해양경찰과 도청, 해양감시단의 직무유기를 대신해 카약에 몸을 싣고 위험을 감수했다. 공사가 중단된 시간임에도 시공사인 삼성 측은 이들을 공사 방해자로 신고했고, 이들의 불법 감시와 호소를 외면하던 해경은 즉각적 체포로 응답했다.같은 날 저녁, 서울
요즘은 자주 이웃 동네를 산책한다. 설악산, 금강산, 지리산…… 명산을 트래킹하는 것도 운치 있고, 지리산 둘레길, 제주 올레길, 스페인 산티아고길, 이름난 길을 걸어보는 것도 큰 재미겠지만 형편이 안 닿으면 안 닿는 대로 내가 사는 이웃동네를 걸어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걷는다는 사실, 그 자체에 방점을 찍는다면
“모든 게 신비예요. 마치 예정된 길을 걷는 것 같아요.”성원기 교수(강원대학교 전자정보통신공학부)가 전날 순례길에서 우연히 만난 시인의 시집을 배낭에서 꺼내며 말했다. 성 교수는 17일간 부산 고리 핵발전소부터 신규 핵발전소 건설이 예정된 삼척까지 총 243㎞를 도보로 순례하며 핵발전의 위험을 알리고 있다. 시인은 공교롭게도 성 교수가 재직 중인 대학을
모든 상벌은 조건부다. 칭찬도 애정도 신뢰도 전부 조건부다. 담임선생님 말씀이 곧 법이고 철칙이다. 다른 선택 가능성은 단 하나, 낙오자가 되기를 무릅쓰는 것뿐이다.못 견디겠으면 전학가라고? 전학의 가능성은 진작 차단당했다. 학부모들은 담임의 능력과 자질에 연신 감탄 중이다. 부모들이야말로 ‘꿈에 그리던’ 선생님, 내 아이를 위한 ‘맞춤’ 선생님을 만난 듯
전국 각지에서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촛불집회가 열렸다.2013년 여름,이 작은 촛불은 절망을 넘어사그라진 민주주의의 불씨를 살려낼 수 있을까.(6월 28일, 서울 광화문)
피라미드 마을에서 역마차를 타고 카이로 시내로 들어와, 신시가지 중심에 자리한 사다트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마리 기리기스(Mari girgis)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자, 맞은편에 자리한 고대의 요새가 곧장 시야에 들어왔다. 천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이집트 초대 성당들이 밀집해 있는 올드 카이로(Old Cairo) 지역은, 부분적으로 다소 훼손되긴
최근 험악한 남북관계를 지켜보면서 지난 10년 민주정부 기간 동안 얼마나 남과 북이 화기애애하게 지냈는가를 느끼게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성큼성큼 서로의 거리를 좁혀왔으나 다시 오래전 그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회귀해버렸다.남북의 대치 상황은 상대방을 향한 공작과 정보 쟁탈을 위한 특수집단을 양성하게 했다. 이른바 간첩, 우리 사이에서 같이 떠들고
안녕하세요! 꼴베입니다.본격적인 여름은 이제 시작인데 그동안도 꽤 더웠죠? 저는 요즘 협동조합을 준비하느라고 바쁜 백수생활을 하고 있는데요, 협동조합 활동 중 하나로 연천 지역에 주말농장식의 텃밭을 가꾸고 있습니다. 조금 멀긴 하지만 다닐 때마다 달라지는 숲과 산, 꽃과 쑥쑥 자라는 작물들을 볼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지금은 산마다 밤꽃이 한창이더라고요. 얼
올해로 사제서품 25주년인 은경축을 맞이한 박홍표 바오로 신부.그는 핵발전소 반대를 외치며 6월 28일부터 강원대학 성원기 교수와 탈핵 순례에 나섰다.탈핵을 상징하는 노란 운동화를 신은 박 신부는30도를 웃도는 한여름,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6월 29일 영명축일을 맞이한다.그 어느 해보다 뜨거운 영명축일이 될 듯하다.(6월 28일, 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