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43년. 하늘 빛깔이 심상치 않다. 전세계적 전쟁은 모든 문명을 송두리째 날려버렸다. 물은 물론 먹을거리도 구하기 힘들어졌다. 심상치 않은 이 남자, 일라이는 고양이를 사냥해 구워먹는데, 옆에 찍찍거리는 쥐에게 고양이 고기 몇 점을 던져준다. 세상은 극도의 야만상태에 빠져 인간들을 서로를 약탈하고 서로를 잡아먹기도 한다. 상대방의 상태를 알아보기
하삼두 (스테파노)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동아대학교,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고, 현재 밀양의 산골에 살며 문인화와 전례미술을 연구하고 있다. 그동안 성당과 수도원, 기타 교회관련시설에서 미술작업을 했다. 등 명상그림집을 펴냈다.
이른 아침, 택시를 부른 매시 지역에 가보니 대로변 집이었다. 그것도 주차금지를 알리는 노란 선이 진하게 그어져 있었다. 통행량이 많은 길이라 차량 소통을 우선으로 해놓아서 주차하기가 어려웠다. 어떡한다? 손님이 곧 나오겠거니 생각하고 인도와 차도에 개구리 주차를 했다. 비상등을 깜빡인 채 기다렸다. 20여 미터 집 안쪽에서 나이든 여성 손님이 자기 쪽으로
시인 구상이 박정희와 특별한 인간관계를 맺고 있었던 것은 세간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구상이 1949년 육군 정보국에서 일할 때 정보국장이 이용문 장군이었는데, 그의 소개로 대구에서 박정희를 처음 대면했다. 당시 박정희는 34세, 구상은 32세였다.한국전쟁 당시 구상은 주간으로 종군작가단을 이끌고 있었는데, 당시 육군본부 작전교육국 작전차장이던
지난 15일 서울 대한문에서 열린 문화제에 참석한 밀양 주민이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그의 얼굴에 밭고랑 같은 주름이 서울과 밀양의 거리만큼 길게 이어져있다.
아르헨티나의 추기경인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가 교황 프란치스코가 되면서, 새 교황에 대한 책이 하나둘씩 번역되고 있다. 교황 선출 과정에 대한 한국 언론의 높은 관심에서 볼 수 있듯이, 그분에 대한 관심은 비단 한국 가톨릭교회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에 중요한 의미를 던지고 있다.교황 프란치스코는 베네딕토 16세처럼 ‘물질주의’를 경계하고, 요한 바오로
사람들은 왜 이 영화를 볼까.일명 ‘비포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 이 꾸준히 관객을 모으고 있다. 솔직히 개봉 직후 보고 나서 텁텁하고 목이 칼칼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이게 어떻게 한 세대의 ‘로맨스 시리즈’ 세 번째 스토리란 말인가. 그러나 곧 인정했다. 어째서 이건 ‘로맨스’일 수밖에 없는
논어에 보면 ‘옛날’이 가끔 언급된다. 대부분 고(古)로, 드물게는 구(舊)로 표현된 이 옛날은 대개 추상적인 옛날을 지칭하지만 구체적인 경우도 없지 않다. 구체적인 경우 가까우면 주초(周初)가 되고, 멀면 요순우(堯舜禹) 시절 또는 그 이전의 전설 시대까지 소급하기도 한다. 주초라면 공자로부터 대략 500년 전, 요순 시절이라면 대략 1500년 전 정도다
다시는, 다시는 시청 광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말자 물대포에 쓰러지지도 말자 절망으로 무너진 가슴들 이제 다시 일어서고 있구나 -정태춘, 중 절망으로 무너진 가슴들은, 희망을 노래하고자 버스에 올랐다.그러나 세상은 20년 전과 똑같이 물대포를 쏘고 방송 3사는 앞다투어 '폭력으로 얼룩진', '무력 충돌', '음주' 등을
어느 자리에선가 개신교 목사의 우스갯소리 섞인 푸념을 들은 적이 있다. 용산이나 대한문, 강정마을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개신교 목사들도 있는데, 시각적으로 천주교에 밀려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거였다. 그는 목사 열 명이 와도 제의를 갖춰 입은 사제 1명을 못 당할 거라고 했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웃으면서 맞장구를 쳤다. 일리 있는 푸념이다. 사람들은 열
귀농 첫 해 빼고는 된장을 손수 담가 먹어보지 못했다. 해마다 야생동물 때문에 콩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콩나물 대가리 같은 싹이 얼굴을 내밀 때는 비둘기가, 잎이 어느 정도 자라기 시작하면 고라니나 토끼가 콩잎을 죄다 뜯어먹는 통에 씨나 건지면 다행이라 여겨야 했다. 그러니 된장이나 청국장 담가 먹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었고, 푸
그러니까 작년 여름 전남 영광 태청산에서 부부를 만났다. 첫인상이 범상치 않았다. 조선시대 그림에서 튀어나온 듯 후줄근한 한복을 입고 삼베로 만든 두건을 머리에 쓴 남편은 손재주가 대단했다. 주변에 긴 풀들을 한 아름 모아오더니 그것을 이리저리 엮어 쓰임새 있는 물건을 만들어 보였다. 부지런히 손을 놀리면서 두런두런 재미난 이야기도 풀어내고 영락없는 옛날
미하엘 엔데의 에 이렇게 깊은 뜻이 있었다니! 미하엘 엔데는 우리에게 의 작가로 매우 친숙하다. 특히 는 을 통해 더욱 폭발적인 사랑을 받기도 했다.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바늘이다”로 시작하는 이 노래의 모모는 미하엘 엔데의 모모가 아니라 로맹 가리의 에 등장하
옆집에 화가가 살면, ‘티’가 날까? 그가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아도, 그의 집에 놀러가 방안 가득한 화구를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까? 경기도 고양시 샘터마을 3단지 주민들은 새로 이사 온 이웃이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는 걸, 그가 이사 온지 채 한 달이 되기도 전에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사는 아파트 복도와 엘리베이터에서 전시회
구상은 귀국 후에 글만 읽고 시 작업에 몰두했는데, 마침 폐병까지 결렸다. 전쟁 말기에 일제가 폐병에 걸린 시인마저 군대에 징집하려고 하자, 이를 피하고자 친일 조선인이 함경도 원산 지역에서 발행하던 기자로 일했다. 이 시기를 두고 구상은 “목숨을 부지하려는 일념과 펜을 잡는다는 매혹에 식민지 어용(御用)신문의 기자가 되어 용왕 앞의 토끼처
여행을 ‘낯선 곳을 향한 이동’이라고 했을 때, 인도는 그러한 여행의 목적에 가장 잘 부합하는 여행지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나게 되면 달라진 언어와 사람들의 얼굴과 음식, 그곳을 채우는 온도와 냄새에 이국임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그럼에도 삶의 습관에 있어서 강렬하게 부딪히는 경험은 그리 많지 않았는데, 인도는 나에게 모
안녕하세요? 지난 3월 에 의 저자로 소개된 적이 있는 ‘플루티스트 용서해 셰프’입니다. 이렇게 제 소개를 하는 이유는 음악가에서 요리사가 된 제 모습을 표현하고 싶기 때문입니다.저는 지금 두 번째 책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가 과거 서울시향에서 플루티스트로 활동할 때 호스피스 센터에서 음악 봉사자
15일 오후, 서울 대한문에서 열린 밀양 주민과 쌍용차 노동자들을 위한 미사에 참석한 수도자들이 기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