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하순 나는 파주시 적성면 답곡리에서 열린 ‘임진평화제’라는 특이한 행사에 다녀왔다. 흐린 하늘이 잔뜩 물기를 머금고 있던 그날 오전, 6.25 전쟁으로 희생된 적군 유해 1,000여 기가 안장된 북‧중군묘지에서 각계 인사 200여명이 모여 60여 년 전 영문도 모른 채 스러져 간 넋들을 위로하고 화해와 통일의 미래를 기원하는 의식을 가졌
6월 21일 대학생 500명이 시작한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집회는 정부와 주류 언론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참가자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당사자들의 외면이 오히려 불씨를 키웠다. 3일 열린 집회에는 3만여 명이 참가해 광장과 주변 도로가 촛불로 가득 찼다. 시국선언 물결도 대학과 시민사회를 거쳐 종교계로 퍼져나가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이
신체적, 심리적, 성적 에너지의 대폭발이라고 말 할 수 있는 시기인 청소년기. 바야흐로 인간의 몸속에 흐르는 에너지가 세포 곳곳을 통해 외적으로 표출되고 호기심 천국인 몸을 발견하는 때. 청소년, 청소녀들은 매 순간 자신의 몸, 타인의 몸에서 그 변화를 감지합니다.까사미아 서가에는 , 시리즈가 있습니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
마지막 연재이니 센 것(?)을 써달라는 농담반 진담반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제는 ‘휴식’이다(나중에 안 사실은 이번이 아니라 다음이 마지막 연재이다) ‘어떻게 하면 잘 쉴 수 있을까’라는 주제가 요즘 나의 화두이기 때문이다. 그냥 쉬면 될 것을, ‘잘 쉬는 법’이라니- 뭐 이런 고민을 하나 싶겠지만, ‘잘’ 쉰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
라는 책을 읽었다. 나는 아나키스트이다. 아나키즘에 관한 책을 찾아보곤 한다. 이번 책 역시 아나키즘에 관한 새로운 책이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현대 아나키즘의 진행과정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아나키즘 학회에서 나온 책 가운데 이 책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과거가 아닌 현재 아나키즘의 다양한 흐름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지난 책
한평 아주머니댁에서는 요즘에도 종종 거친 말다툼 소리가 들리곤 하는데 그것은 대개 들에서 일하고 온 아주머니의 잔소리와 푸념으로부터 시작된다.“아이고 죽겄다. 나는 죽어라 일만 하는데, 일 도와줄 생각은 안 하고 밥만 따박따박 받아먹고 말이여. 집이서 테레비만 죽자고 보면 밥이 나와 죽이 나와….”“조용히 해라. 가만히 안 둔다.”“귀는 뚫려서
논어를 읽고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주자의 영향력은 새삼스레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 만큼 크고 결정적이라는 뜻이다. 내가 보기에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의 논어 읽기는 주자가 둘러친 울타리 안에 꼼짝없이 붙잡혀 있다. 해방 후 많은 논어번역가들이 논어를 새롭게 번역했고 그 중에 자신은 주자의 집주에 얽매이지 않았노라고 주장한 경우가 적잖이 있었던 것은 사실
차를 한 잔 우려 놓고물끄러미 혼자 앉았습니다.주름이 늘어가는 팔뚝을 지나참으로 오랫동안 나를 위해 일해 준내 묵묵한 오른손을 보았습니다.왼손에게 붓을 잡히고감사의 고백을 남겨봅니다.서툴수록 절절한 사랑고백입니다. 하삼두 (스테파노)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동아대학교,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고, 현재 밀양의 산골에 살며 문인화와 전례미술을 연구하
신이 되고 싶은가? 대중의 자기 확장 욕구는 이제 여기까지 온 건가? 훤히 드러나는 것은 보지 않으면서, 남들이 못 보는 것은 보려 드는 초능력에 대한 욕망 말이다. 보이는 것을 알아보고 지배하는 정도로는 만족 못하고 보이지 않는 것, 들리지 않는 것을 혼자만 꿰뚫는 초능력의 소유자가 되는 것!8월 1일 종영한 SBS 수목극 에는 남의
갑작스런 더위에 당혹스럽던 어느 날, 하얀 네 잎 감꽃이 나더니, 그 자리에 앙증맞은 열매가 매달렸다. 사람들은 해마다 달라지는 기후에 우왕좌왕 정신이 없는데, 기특하게도 제때를 알고 피고, 지고, 열매를 맺는다.감꽃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감나무가 어떤 모습인지, 어떤 성격을 지녔는지도 모르고 그저 뚝 떨어지는 단 열매만 찾았구나 싶다.문득
구상의 대표작들은 박정희 정권 시절에 집중적으로 저술되었다. 일본 체류 중에 완성해서 1967년 1월부터 4월말까지 에 연재한 ‘밭일기’ 100편은 연작 장편시의 효시가 되었고, 자전 연작시 ‘모과옹두리에 사연이’는 1970년대에 에 총 90편 연재하였다. 특히 이 시집에는 역사 속에서 상처투성이가 되어 살아온 시인의 실존적 고민과 체
물장구를 치고 놀며그렇게 몸글자를 배웠습니다.땅 짚고 뒹굴며 깔깔댔던마을 앞 얕은 시냇?す莩?같이 포근하던 물굽이는 간데없고찰랑대던 호기심도 삭아버린 빈 고향집변치 마라 붙들어 둔 병풍 속 풍경화처럼아리한 추억만이 아파오는지금은 팔월입니다. 하삼두 (스테파노)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동아대학교,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고, 현재 밀양의 산골에 살며
5월 22일 새벽 2시, 그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산에 올랐다. 공사 재개 소식을 들은 날부터 마음속에서 ‘가야한다’는 울림이 멈추지 않았다. 산에 올랐을 때, 그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그곳에서는 힘없는 할머니들이 몇 배나 되는 수의 전경과 공기업 용역에 맞서 똥물을 퍼붓고 옷을 벗으며 극렬히 저항하고 있었다. 전쟁터였다. 그는 분노와 울
오랜만에 서울에 해가 들어 천으로 된 컨버스를 신고 나왔다. 마른 길을 걷는데 왠지 길바닥이 가깝게 밟혔다. 신발 밑창을 보니 손가락 하나가 드나들 구멍이 뚫려 있었다. 생각해보니 꽤 오래 신어온 신발이구나 싶다. 나는 황학동 시절 풍물시장을 보지 못했다. 청계천 공사로 동대문운동장에 쓸어 담기듯 진쳐있던 좌판들이 내가 기억하는 풍물시장의 첫인상이다. 온갖
거처할 오두막이 채 완성되기도 전에 입동을 맞이했습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대낮엔 햇볕이 뜨거워 피해 다녔는데 입동 무렵이 되니 낮에도 기온이 내려가면서 초저녁에는 땅에서 올라오는 한기까지 느껴졌습니다. 지금까지는 오두막 앞까지 끌어들인 호스로 개울물을 쉽게 끌어다 썼지만, 이제 곧 얼음을 깨고 양동이로 물을 길어다 써야 할 듯합니다. 밤새 내린 된서리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창문과 눈부신 조명으로 아름답게 장식된 무함마드 알리 모스크 내부를 관람하다가 다시 만난 가톨릭 순례자는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얼핏 이탈리아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그는 알렉산드리아 시내에서도 실은 나를 몇 번이나 본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매번 심각한 표정으로 무엇인가를 메모하거나 사진을 찍고 있어서
하삼두 (스테파노)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동아대학교,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고, 현재 밀양의 산골에 살며 문인화와 전례미술을 연구하고 있다. 그동안 성당과 수도원, 기타 교회관련시설에서 미술작업을 했다. 등 명상그림집을 펴냈다.
우렁농사 짓는 논을 아주 오랜만에 봤다.천천히 모 사이의 풀들을 먹고 있는 우렁이들이 오랫동안 키워온 양 반갑고 친근하다.두꺼운 잎은 먹지 않으므로 모는 고스란히 남겨두지만, 우렁이가 지나친 풀들이 자라면 사람이 피사리에 나서야 한다.한참 생태농활을 다닐 때, “풀들도 생명인데, 왜 뽑느냐”는 질문을 받았다.어떻게 답해야 딱 부러진 답인지 여전히 잘 모르겠
폴 토마스 앤더슨의 는 신이 사라진 시대, 미래에 대한 희망조차 없는 젊은 영혼의 이야기입니다. 배경은 1940~1950년대의 미국. 2차 대전의 트라우마를 딛고 번영을 구가하기 시작한 시대이자, 미국이 세계 질서의 패권자로서 위상을 획득한 시대입니다.그러나 이면에는 불안과 정신적 외상에 시달리는 영혼들이 있었습니다. 종전 선언에서 맥아더 장군은
올해가 벌써 처음 구한 직장에서 년차로는 11년차, 만으로는 딱 10년째 해다. 나 스스로는 몰랐는데, 사람들에게 말하면 놀라면서 어떻게 그렇게 한 곳에서 일했는지 물어보는 친구들이 종종 있다.그래서 생각해본 결과, 나름의 노하우가 아닌 노하우가 세 개 정도 떠올랐는데, 그 첫 번째는 일에서 찾은 보람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