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중상(下中上)- 박춘식 5000cc는 날아다니면서돈놀이 선거놀이 물놀이밤놀이 떡판놀이 가면놀이를 즐긴다그 아래 동네는돼지새끼 손잡고 꿀꿀 흙길을 걸어가는 800cc 바퀴가 보인다흑백 논리도 아니고 상하 구분도 아닌데저 멀리 소달구지에 앉아 계시는 하느님은 성경을 거꾸로 들고 계신다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6년 9월 5일 월요일)조선 시대에
순교 전야- 박춘식 마지막 침상은흙바닥 그리고 지푸라기였다 감옥문의 격자 안에서큰 십자가를 찾아 만과를 이어서 묵주신공을 바치니까달빛이 ‘아멘 아멘’ 보얗게 응답한다하늘 열정으로 호흡을 나누듯‘예수 마리아’‘예수 마리아 요셉’저절로 솟구치는 화살기도가 순교와 순교를 포개어 은하수까지 이어진다 순교자들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청정하였고 그렇게 그윽이 숭엄하였다
령시(靈詩)는 약이다 - 박춘식령시(靈詩)는 시인이 원하는 것을 보고주문을 중얼거리며하늘 옷을 입히는 것이 아니다 저녁이 되어 기도를 바치는 시인이아침마다 경이로움을 살핀다하느님의 한 가닥 빛살을 온몸으로 잡는 시어쩌면기적처럼 나타나는 시가 령시(靈詩)이다 혼(魂)에게는 탕약 한 사발이다령시(靈詩)는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6년 8월 22일
하늘 높이 오르시는- 박춘식-말씀하신 대로 이루어지기 바랍니다라고 아뢰면서 빛을 품으신다한평생하늘 말씀을 껴안고하늘 말씀 앞에서하늘 말씀을 되새기시던 어머니별을 바라보실 때만 고개를 드신 어머니하늘 높이 오르시는그 날도 처음같이하느님께 조용히 아뢰신다-말씀하신 대로 이루어지기 바랍니다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6년 8월 15일 월요일)8월 15
하느님과 악수를- 박춘식눈 비비며 세면대 꼭지를 열자 솨아아 수돗물을 두 손으로 받는 순간 하느님의 손길로 느껴 종일 먹먹했다그 날 아침하느님과 악수하였던 놀라움이 지금은 물 위를 걷는 꿈을 키우고 있다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6년 8월 8일 월요일) 인체의 구성 비율도 수분이 75퍼센트라고 하니까, 재미있게 말한다면, ‘사람은 물통이다’라
무(無)의 무게- 박춘식 조금 배워서 뭘 안다고모가지가 탱탱했을 때 산새를 만났다- 나랑 함께 기도하자, 새야 새야 더운 바람 찬 바람으로 가다 가다가허리가 구부러진 어느 날무(無)의 무게를 느낄 때바지랑대에서 묵상하는 잠자리를 만났다- 너의 기도 옆에, 내가 앉아도 되겠니 잠자리 날개를 흰 연필로 그리면서 묵묵 기도를 배운다- 입정(入靜)을 수련한다
새하얀 부메랑- 박춘식오늘 아침에도 하느님은 연신새하얀 부메랑을 던지신다 멀리깜깜 우주 허공으로어느 것은 별이 되어 돌아오고어느 것은 벌건 상처를 안고 날아온다장미 넝쿨로 돌아오는 부메랑노래가 되거나 시(詩)로 변하는 부메랑심하게 다친 허리가 간당거리는 부메랑오로라를 환하게 입은 부메랑 너 나 그우리 모두하늘을 떠날 그때는 새하얀 부메랑이었다 닐숨
얼마나 놀랐을까- 박춘식 열다섯 살 소년이 머언 땅에서아베체데(ABCD) 라틴어를 배우고거룩한 성경을 받았을 때 - 얼마나 놀랐을까처음 듣는 구라파 아프리카 아메리카말과 풍속이 다르지만 한 마음으로천주님 공경하는 모습에 - 얼마나 놀랐을까오선 악보로 노래하다니 그리고 사선 악보로그레고리오 성가를 부를 때 - 얼마나 놀랐을까논리학 수사학 철학 신학 등 학문의
하느님의 헛기침- 박춘식 하느님께서 가끔은울퉁불퉁한 천둥으로직설(直說) 야단을 쾅쾅 치신다헛기침 치고는 되게 우람스럽다허공 예술인 벼락은같은 모양이 한 번도 없는불타는 곡선의 소묘(素描)이다이 정도 작품이라면헛기침도 매우 신비스럽게 보인다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6년 6월 27일 월요일)장마철에는 천둥 번개가 자주 보입니다. 어릴 때 천둥소
죄인이라는 단어-박춘식창세기의 기록 훨씬 이전 어느 임금이 왕명으로어느 부자가 갑질로 죄 - 죄인 - 범죄 - 이런 말을 만들었을까 큰 죄인이 되어 그 기원을 찾아 나선다40년을 헤매다가 천사를 붙잡고 사정, 통사정하여하느님의 사랑백과사전을 살짝 엿본다 ‘죄인’ 그리고 ‘죄’ - 지구에서 사용하는 단어이며하늘나라에서는 ‘부족함’이라고 한다 닐숨 박
마음의 눈을-박춘식사람의 마음을 통째 가지려고주님께서는론지노의 창날을 받으신다곧이어 마음의 눈을 뜨시면서마지막 핏방울까지 꺼내어 주신다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6년 6월 6일 월요일) 성심에 대한 공경은, 또 다른 예수님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구세주이신 예수님은 성체와 성심으로 스스로 몸과 마음을 다 보여 주시고 그리고 당신 사랑을 몽땅
우주 가득한 성체성사 -박춘식아기는 엄마를 먹는다엄마의 손맛을엄마 마음을 느끼는 세월이 가면서노구(老軀)가 되면 엄마를 되새김질한다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니사람은 줄곧 어머니하느님을 먹고어머니하느님은 사람을 연신 곱먹는다하느님은 먹이사슬의 시종(始終)이며우주는 하느님의 먹이그물임을 깨닫는 순간하늘 높이 은하(銀河) 빵이 흘러간다 닐숨 박춘식 미발표
한글을 축복하소서-박춘식진동(振動)의 으뜸이신 하느님엄마의 목젖을 바로 세우면서아어오우 모음(母音) 으이를 강복(降福)하소서 자음(子音)은아빠의 입술과 굳은 혀를 눅이어가나다라 마바사 축복하소서 첫 말씀이신 하느님초성 중성 종성 안에 매일상큼한 꽃 내음을 채워하늘로 땅으로 사람으로 흐르게 하소서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6년 5월 23일 월요일
인조신(人造神)-박춘식신(神)은 죽었다 - 유럽의 그 철학자 마을 공동묘지서 - 돌고 돌아 신의 무덤을 찾았다 - 묘 위에 낮잠 즐기는 신을 만나 - 큰절 올린다 - 어디서 왔는고 - COREA에서 왔습니다 - 어인 일인고 - COREA에 오셔서 뒤죽박죽 나라를 잡아 주시기 앙청합니다 - 커허, 거기도 인조신(人造神)이 날뛰는 곳이라 갈 맘 없느니 - 기다
혼으로 기다린다-박춘식 내가 범한 숱한 죄들이내 영혼의 날갯죽지까지 갉아먹어어떡하나, 어깨와 목이 막혀 어쩌나- 두려워하지 마라- 뜨거운 날개를 내려 주마하늘로 오르시는 주님의 말씀을 듣고마음을 치대며 기다린다 새로운 혼(魂)으로 기다린다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6년 5월 9일 월요일)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하늘로 오르십니다. 복음 성경에는
엄마의 기도-박춘식 엄마가 어렸을 때엄마의 엄마는 얼마나 깊은 숨결을 한 땀 한 땀 이어가며 모았을까그러면서, 바라보는 오월 하늘에는하늘 엄마의 여린 가슴이 그윽한 기도를 여태껏 쌓으신다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6년 5월 2일 월요일) 단언하고 싶습니다. 세상의 엄마들은 죽는 순간에도 ‘내 자식들을 저승 가서도 꽉 붙잡고 끝까지 품어야지’
빛살기도-박춘식우예 우예 우짜다가저 같은 대죄인이쪼그만 귀퉁이 별이 된다면빛살기도로하느님의 창문을매일 닦아드리고 싶습니다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6년 4월 25일 월요일)화살기도라는 말은 신자라면 잘 아는 용어이고, 직접 화살기도를 자주 바치는 분이 매우 많이 계시리라 여깁니다. 화살기도는 교회용어이며 라틴어로는 oratio jaculator
‘가시나’가 욕이라고- 박춘식초등학교 다닐 때내 종아리는 엄마의 전유물이었다‘가시나’ 하고 말하면 욕이라고 천주님에게 죄를 짓는다고벌건 회초리 그림을 그렸다‘개새끼’ 또는 ‘이 자식’이라고 하면그날은 방방 울고 엉엉엉 빌어야 했다그런데 요즘 ‘가시나’들이 자주 보여 60년 동안 못했던 ‘가시나’ 욕설이 천주님 앞에서도 저절로 튀어 나온다걱정이다엄마의 어둑한
해발 9000미터 - 박춘식몽골 초원에서 인도로 날아가는 쇠재두루미는히말라야의 냉기류를 뚫어야 한다천사들이 만든 동영상인 듯해발 9000미터에서두 날개로 끊임없이 기도하며 삼각 화살표를 그린다 그때 쇠재두루미들의 심장 박동은 성당 종소리처럼 태산을 어루만지면서 고풍(高風)으로 찬미의 합창을 부르고 있다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6년 4월 11일
하느님의 안경 - 박춘식시골 성당 울타리 샛노란 개나리꽃 안에서 하느님의 눈동자가 반짝하여감탄, 이내 눈인사로 꾸벅거린다성당에 들어서니 화병의 목련꽃이 환하여 다가가 본다허억 하느님이 안경 쓰고 계신다그새 시력이 떨어지셨나만져 보니 종이꽃이다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6년 4월 4일 월요일)프란치스코 성인의 자연 친화 모습은 누구에게든 깊은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