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를 받기위해 예비신자들이 찰고를 받는다. 10개월 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한 결과를 보는 날이다. 적당히 긴장되어있는 예비신자들의 영혼이 맑고 예쁘다. 나이가 많아도 젊어도 동기로서 같은 모습들이다. 수험생처럼 먼저 신부님 찰고를 마친 사람은 기쁨의 미소로 홀가분한 듯이 보인다. 기다리고 있던 후보자들은 찰고를 마치고 나오는 이에게 달려가 내용을 묻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거저 은총을 베푸셨다는 종교적 체험은 인간의 양심을 움직입니다. 양심은 자신이 하느님께 거저 받은 은총을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책임 있게 관리하도록 부르심을 받았음을 느끼게 합니다. 이런 하느님 사랑의 무상성은 이집트인의 종살이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해방시켜 주신 일과, 초기 이스라엘 공동체와 맺은 당신의 약속에서 거듭 확인됩니다. &ls
#1. 어느 날 출근길이었다. 내 옆에서 초등학교 2학년 혹은 3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들 셋이서 자기들 덩치만한 가방을 매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등교를 하고 있었다. 한 남자아이가 "한자 경시대회 준비해야 하는데…" 라고 말하자 다른 남자 아이 왈 : "나이가 들면 시험도 늘어". 난 어안이 벙
나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 조용한 여자도 되고 싶었고 조용한 사람도 되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꿈이 된지 오래다. 원래 조용한 사람은 되기 글렀고 수다 떠는 시끄러운 아줌마가 되기로 결정했다. 훌륭한 사람 되기 위해선 적어도 그렇게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되겠지만 주위 환경도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나의 주위 환경은 한 동안 조용 했었지만 조용하다가
십여 년 전입니다. 한여름이었습니다. 광호(가명)씨를 금호동 평화의 집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의정부교도소를 출소했는데 갈 곳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시원한 콩국수를 대접했습니다. 몇 달을 함께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떠났습니다. 인천에서 출소한 형제들과 함께 지내고 있을 때 광호씨가 말 못하는 상아 엄마와 함께 나타났습니다. 여인숙에서 지내다가 방세를 내지 못
En Cristo 무엇이 그리도 급한지 나이 만큼의 속도로 시간은 줄달음치더니 어느새 이 한해도 숨 가쁜 끝자락에 있다. 오늘을 사는 자! 오늘 이 순간 기도하고 오늘에 최선을 다하고 오늘에 충실하고 오늘에 기뻐하고 오늘에 행복할 때 하느님께서 주시는 오늘이 나의 것이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고 내일을 믿는 게으름뱅이는 오늘도 여전히 아
강론/이영선 신부 녹화/ 김경호 편집/고동주
용산참사가 발생한 지 340일째 되는 12월 25일, 길거리로 내쫓긴 철거민들 가운데 아기 예수가 탄생했다. 2000년 전 냄새나는 베들레헴 마구간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는 2009년에는 비조차 가릴 수 없는 초라하고 추운 길거리 서울 용산에서 탄생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는 결코 화려하지도 조명 받지도 않는 아기 예수를 모시고 ‘용산
아주 가끔이지만 어느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했는지, 전공 분야는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을 받는다. 몇 주 전에도 그랬다. 천주교 인권위원회의 부탁으로 인권주일 특별강론을 위해 마산교구 ㅎ본당에 갔을 때, 청소년 미사 겸 토요 특전 미사 뒤 ㅂ 주임 사제께서 교리교사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를 마련해 주셨다. 그 자리에서 ㅂ신부는 청년 교사들에게 나를 소개하면서 &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최근 언론을 통해 일반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용어이다. 이에 반해 ‘사회책임투자’라는 용어는 다소 낯선 느낌이다. 단순히 말하면 투명하게 경영하고 환경보호나 노동자 인권 보장을 위해서도 노력하는 ‘좋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사회책임투자이다. 이러한 사회책임투자운동의
12월 24일, 고요하지 않은 밤이었다. 서울 용산 남일당의 사제단천막기도소 바깥으로는 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시끄러웠다. 그러나 용산 참사 유가족과 사제, 몇 명의 신자들이 모여 작은 구유와 아기 예수를 모시고 미사를 드리는 천막 안은 참으로 고요하고 거룩했다.
12월 24일 성탄 전야, 천주교와 개신교의 여성들이 모여 전례를 열었다. 이들은 비참함 속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와 마리아, 요셉을 통해 용산의 아픔을 묵상했다. 그리고 그 아픔 속에서 태어나는 하느님을 묵상하며 희망을 노래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방학을 했다. 방학하기 전날 밤, 나는 아이들 선생님께 드릴 요량으로 아크릴실로 친환경수세미를 손뜨개하여 4장을 만들었다. 방학을 앞두고, 또 성탄과 연말을 앞두고 그저 소박한 정성으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그리고 방학하는 날, 가정에서는 주부인 그들에게도 작지만 유용하고 의미 있으리라는 기대를 담아, 두 장씩 리본으로 묶어 아
참마죽/ 무나물/ 겨자채/ 참마샐러드 음식을 준비할 때는 늘 이 음식을 먹을 사람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올라요. 그 사람의 몸, 마음 상태, 기호, 그에게 필요한 영양소나 에너지 등이 머리에 스칩니다. 그런 생각이스치면서 음식 재료를 무엇으로 할지, 식단을 어떻게 구성할지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음식 재료에는 생것도 있고 말린 것도 있는데
1995년 겨울 지금보다는 좀 더 많이 추웠던 4학년 겨울방학, 대학이라는 울타리를 나와 사회에서 내 자리를 찾아야할 시기였다. 먼저 진출한 학과 선배들의 조언은 첫 직장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가능한 크고 좋은 기업에 가야한다는 것이었다. 그때는 그런 말들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다급한 시절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명지대학교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십여 년 전 1990년대 말에 한동안 한국 교회 ‘위기담론’이 유행했었다. 현재 상태를 방치하다가는 머잖아 공동화된 서 유럽교회를 닮아갈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십오 년이 지난 지금 한국교회는 내적인 결속력 약화가 더욱 두드러졌음에도 주축인 신자층의 규모는 여전하다. 그 때도 120만 정도의 신자들이 주일날 성당에서 자리를 지켰는데, 현재도 그
성모송의 두 번째 문장은 그 기쁨 안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바꾸기에 충분한 그 기쁨의 강으로 세상의 모든 교회가 함께 들어가 뛰어 놀 수는 없는걸까. 나는 그 날이 이미 시작되었다고 믿는다. 바로 '우리 주 그리스도' 안에서.
벌써 12월 한 해의 마지막 달, 그리고 성탄이다. 왜 이리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지 모르겠다. 정신없이 엄벙덤벙 살아서 그런가 아니면 일에 쫓겨서인가 잘 모르겠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 가는 속도가 빠르다던데 나도 이젠 나이를 먹는 것인가.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최선을 다해 올해를 마무리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나의 올해 마무리는
읽기, 듣기가 다 민망하고 거슬리는 걸 오래도 참고 견뎌왔다. 다름 아닌 하느님의 말씀, 성경 이야기다.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자. 미사 때마다 지난 2005년 3월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 펴낸 을 봉독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한 마디로 “이건 아니다!”이다. 시도 때도 없이 해대는 예수의 ‘반말지거리&rsqu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