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 만에 삼척을 다녀왔다. 화력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을 국회 앞 집회 현장과 토론회장에서 여러 번 만났으니 찾아가 힘을 보태야 마땅했지만, 선뜻 시간 내기 어려웠다. 9월 12일 시간을 만들었다. 오는 9월 23일 ‘기후정의행진’에 앞서 삼척화력발전소, 일명 ‘블루파워’에 직접행동하는 자리에 동참하기로 했다.'블루파워'라니, 청정발전소 같은 어감을 내세우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은 포항제철이다. 총배출량의 12퍼센트를 웃도는 포항제철, 그 계열인 건설회사, 포스코에서 삼척에
창조시기(9월 1일-10월 4일)를 맞아 '기후위기와 생태적 회심'을 매주 총 4회 연재합니다. 기고해 주신 조현철 신부께 감사드립니다. - 편집자탄소중립, 무엇이 문제인가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2023년 7월이 역대 가장 더운 달이라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온난화(warming) 시대가 끝나고 지구가 들끓는(boiling) 시대가 시작됐다”고 경고했다. 우리는 이제 지구 가열화 시대로 들어섰다. 지구를 달구어 온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이 인류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는 진실을 외면할 수 없게 되자 20
김준희(효주 아녜스)홍익대학교에서 교육학 전공 뒤 만화가로 활동하던 중 전공을 살려 무료 대안학교 교장 노릇을 하며 지냈다. 지금은 본업인 만화만 열심히 그리며 살고 있다. 30여 권의 만화책을 냈다. 현재는 천주교 의정부교구 주보와 어린이 주보, 어린이 잡지 에 영어 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뜨거웠던 여름의 여정을 마치고, 몸은 내가 살고 있는 알라미다로 돌아왔지만, 아직 내 맘은 동남아의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건 꼭 시차만의 문제는 아니어서, 내 영혼은 베트남의 수도자들, 그리고 너무나도 천진하고 아름다웠던 사이공의 아이들을 위해 기도를 하기도 하다가, 홍콩에서 만난 대학생들의 고뇌를 기억하기도 하다가, 지난 시간들과 눈 앞에 닥친 해야 할 일들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진정한 신앙인이 되는 길에 대해, 몸을 가진 인간으로서 참 사람이 되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는 내 수업은, 베트남이
최근 개봉한 영화 ‘잠’은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대받았고,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되어서 외국에서 먼저 소개된 후 한국에서 개봉했다. 영화에는 정유미와 이선균이 부부로 등장하고, 부부가 살아가는 아파트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거의 모든 액션이 이루어지며 일상 공간에 침입한 공포를 소재로 한다.“누가 들어왔어.” 어느 날 자다 깬 남편 현수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이로써 행복하던 부부의 일상은 180도로 바뀐다. 곧 태어날 아이를 기다리는 만삭 임산부로 직장 일도 열심인 아내 수진과 단역배우로
(기사 출처 = CRUX)(존 앨런)바티칸은 일을 생각할 때 수백 년을 한 단위로 본다는 전설적 이야기가 있다. 사람들은 바티칸의 이러한 일 처리를 놓고 이렇게 농을 친다. “이번 수요일에 얘기해 주세요. 그러면 300년 안에 회답을 드리겠습니다.”이번 9월 초에 프란치스코 교종이 몽골을 방문한 것은 교종으로서는 사상 처음인데,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교종의 몽골 방문은 지난 800년간 계속 추진돼 온 사업의 결과다.교종 사절이 몽골 대칸 궁정에 처음 이른 것은 1245년, 지금으로부터 778년 전이었다. 당시 교종 인노첸시오 4세가
스무 날 정도 여름 휴가를 다녀왔더니 집 안에는 거미줄이, 텃밭에는 온갖 넝쿨과 바랭이 무리들이 무섭게 장악을 하고 있었다. 집은 몰라도 밭의 경우는 승부를 겨룰 만한 상황이 아닌지라 ‘에라 모르겠다, 이참에 농사일에서 손 떼고 편하게 좀 살아 보자’ 싶은 마음이 우세했다. 여행을 떠나서 보니 대다수 사람은 농사 안 짓고도 아무렇지 않게 잘 살지 않던가. 농사는 여행 한번 마음껏 떠나지 못하게 하는 지독한 구속이다. 나도 한번쯤, 적어도 다음 해 봄까지만이라도 고단하지 않게 살아 보자! 풀과 맞서기 싫은 마음을 여러 가지 이유로 정
1923년 9월 1일, 관동 지역에서 대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지진 여파로 발생한 대화재로 도쿄와 요코하마를 비롯한 관동 지역은 궤멸하다시피 큰 피해가 생겨났습니다. 사망자와 행방불명자가 14만 명에 이르렀고, 이재민은 340만 명에 달했습니다.일본 제국주의 정부는 대지진의 참변으로 일어날 수 있는 민심의 혼란을 막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하였습니다. 경찰과 자경단을 이용해서 유언비어를 퍼뜨렸습니다. 그들은 관동대지진을 관동대학살로 몰아갔습니다. 관동대학살 희생자 대부분은 조선인들이었습니다.그들은 폭도로 변한 조선인들이 불을 질렀다고 했
1993년 우리 정부(국방부)가 추진했던 FX사업은 공군 전력을 보강하는 차기 전투기(FX: Fighter eXperimental) 도입 사업으로, ‘전투기 120대를 구입하는 대형 사업’에 세계 굴지의 군수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으로 관심을 보인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한국이 처음으로 개최한 ‘1996년 서울 에어쇼’(서울 항공 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에는 FX사업에서 ‘돈 냄새를 맡은 군수업체들이 홍보에 열을 올리는 각축장’이었습니다. 그런데 1997년 외환위기로 FX사업은 우여곡절 끝에 60대만 수입하기로 결정, 그에 따라 2
발리에서 만난 청년들몇 년 만에 하는 현장 행사인가. 코로나 감염병이 끝물이지만 항공료는 여전히 고공행진이고 더욱이 펀드 문제로 행사를 불과 몇 달 앞두고도 개최 여부를 결정짓지 못했다. 문제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 좌불안석하기를 여러 번,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하기로 최종 결단을 내렸다. 확실히 개인의 수고로움은 너에게는 ‘남의 일’이다. 그럼에도 현실이 아무 일 없다는 듯 태연자약하다면 그만큼 배알이 꼴리고 배신감이 꿈틀거린다. 발리 공항에 내렸을 때 인류가 전에 겪은 적이 없다던 그 공포스런 코로나
북경의 4호선은 청록색 라인이다.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다. 그중 절반이 하이디엔취(海淀區)를 통과한다. 북경의 서북쪽 지역이다. 이름난 대학과 연구소가 잇따라 늘어선 곳이다. 중국의 교육 1번지다. 국가도서관도 거기 있다. 이름 그대로 ‘국가’ 최고의 도서관이다. 우리는 4호선 국가도서관 역에서 내린다. 그리고 도서관의 맞은편으로 가야 한다.걸음을 재촉하면 공원 하나에 이른다. 석각예술박물관(石刻藝術博物館)이다. 옛 비석과 석조미술이 전시되어 있다. 아담하고 고즈넉하다. 거기 가본 사람은 많지 않을 거다. 북경에 오래 산 이들도
이 글은 40호(2023년 여름)에 실린 글입니다. - 편집자조인승 할아버지의 ‘외침’(9월 1일은 지진으로) 집이 위험하다고 해서 아라카와荒川 둑으로 가니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다. 1일 저녁에는 불이 타들어오기에 요쓰키四ツ木 다리를 건너 동포 14명과 함께 있었다. 그곳에 소방단원 4명이 와서 밧줄로 우리를 염주알 꿰듯이 묶고는 말했다. “우리는 이 자리를 뜨지만 밧줄을 끊으면 죽이겠다!” 가만히 있으니 밤 8시경 건너편의 아라카와 역(현재 야히로八広 역) 방면의 둑이 소란스러웠다. 조선인을 죽이고 있으리라고는 생각
아시아 가톨릭 청년과 신학자 및 활동가들이 공동협력성(synodality)이나 공동합의적 교회는 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지역 사회 문제, 특히 토착원주민 공동체 및 생태 위기에 적극 대처하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8월 19-28일 인도네시아 발리의 종교영성센터(Rumah Khalwat Tegaljaya)에서 열린 ‘2023년 아시아청년아카데미/실천신학포럼’에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인도, 파키스탄, 한국, 독일 등 아시아 8개국 청년과 강사 45여 명이 참가했다.이 행사는 우리신학연구소가
일본 정부가 핵 폐수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핵 폐수 방류 문제는 최초 고려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2019년 이후 일본과 우리나라는 물론 태평양 국가들과 전 세계의 관심 대상이었다. 지금까지 누구도 핵연료 혹은 핵폐기물과 접촉한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하겠다고 밝힌 적이 없기 때문이다.안전하다고 포장된 핵발전소도 다량의 방사성물질(최근 논란이 되는 삼중수소 포함)을 배출하지만, 이는 직접적으로 핵연료를 냉각하거나 세척한 오염수가 아니고 간접적으로 냉각할 때 발생하므로 이론상으로는 ‘안전’한 수준이라는 포장이 덧붙여져 가능했다. 최근 일
(편집자 주 : 이 글에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유토피아’20세기에 유행했다가 지금은 뜸해진 단어이다. 플라톤의 "국가"에서 처음 ‘유토피아’의 개념이 제시되었지만, 토머스 모어의 소설 "유토피아" 이후 일반적으로 널리 쓰였다. 유토피아는 그리스어로 ‘없다’라는 의미의 ‘ou’와 장소를 뜻하는 ‘topos’ 가 합쳐진 단어다. 한마디로 ‘어디에도 없는 곳’을 의미한다. 가장 완벽하고 이상적이며 평화로운 사회를 말하는 유토피아는 근본적으로 ‘없는 곳’이며 콘크리트와는 더더욱 어울릴 수 없는 단어이
지난 8월 23일부터 2박 3일 동안 종교환경회의 소속 5대 종단 종교인들의 생명평화순례가 있었다. 종교인들은 군산 동국사에서 불교 기도회로 순례를 시작했다. 종교환경회의 상임대표 법만 스님은 발원문을 통해 “바닷물은 태양을 받아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고 구름은 비가 되어 대지를 적시고, 땅으로 스며들어 지하수가 되고 샘물이 되어, 다시 내를 이루고 강물이 되어 마침내 바다에 이른다. 이렇듯 자연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친밀하게 소통함으로 생명이 된다. 하지만 이런 생명의 길이 인간의 탐욕으로 단절되고 가로막혀 죽어가
‘시노달리타스’를 주제로 2023년 10월 4-29일 열리는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1차 본회의까지 한 달 남짓 남았지만, 일선 본당에서 ‘시노달리타스’에 관한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 듯하다. 2021년 10월 개막 미사를 시작으로 2022년 상반기에 휘몰아치듯 지역 교회 차원의 만남과 경청, 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본당과 교구 보고서가 제출된 이후 ‘상황 종료’된 느낌이다. 마치 고3 수험생이 수능을 목표로 중고등학교 6년을 공부만 하다가 수능이 끝난 직후의 허무함, 상실감이 이런 느낌일까?현재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바
(기사 출처 = UCANEWS)인도의 동방가톨릭교회인 시로말라바르 전례 가톨릭교회가 전례 문제를 놓고 지난 수십 년간 내분해 온 끝에, 해결책을 찾기 위해 파견한 교종 사절의 명령문에 사제와 평신도 대다수가 공개 불복하고 나섰다. 이로써 시로말라바르 전례 교회는 분열할 위험에 처했다.논란의 핵심은 미사 중에 사제가 신자를 보고 설 것이냐, 아니면 제대를 보고 설 것이냐다. 라틴 전례를 따르는 로마 가톨릭교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65)를 계기로, 사제가 신자석을 등지고 제대를 보고 미사를 드리던 것을 제대를 가운데 놓고 신
날씨가 정말 덥습니다. 점점 더 극심해지는 폭우와 폭염으로 기후 위기의 심각함을 체험하고 있는 가운데 늦은 밤까지 가시지 않는 더위로 밤잠을 설치며 지내는 날이 많았습니다. 더위를 잘 이겨내는 일도 만만치 않아 하루가 고단하게 느껴지는데, 여러 뉴스도 갈수록 더 크고 무거운 피로감을 느끼게 하는 요즈음입니다. 부끄러운 정부의 행보들과 학생, 교사, 학부모를 둘러싼 교육시스템의 문제, 그리고 장애, 빈곤, 노동 현장과 주택 문제 등 사회적 약자들의 녹록지 않은 현실, 혐오와 불신이 더 크게 확산하고 대낮의 흉기 난동 등 흉흉한 사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