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력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대림시기, 인류 구원 위해 사람이 되어 오시는 구세주를 깨어 기다리는 ‘때’다. 복음서를 통해 우리는 구세주가 구유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부유하고 배부르고 웃는 이들은 불행하고, 가난하고 굶주리고 우는 이들이 행복하다고 외쳤던 전복의 복음사가 루카 덕분이다. 루카는 그 시대 로마제국의 황제로 신의 아들이자 평화의
지난 10월 13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 본회의에서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는 개막사를 통해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폐막 50주년이 되는 오는 12월 8일 시작되는 자비의 특별희년을 언급하면서 “요한 23세 교황이 그 당시 교회에 성령의 신선한 바람이 불기를 기원한 것처럼, 자비의 숨결은 우리 시대에서 교회의 사목적 사명의 주제(leit
지난 9월 10일, 창간 10주년을 맞은 개신교 인터넷언론 축하기념 세미나에서 박근혜 정부의 인터넷언론 죽이기 움직임을 알게 되었다. 현 집권 세력이 장기집권 플랜의 일환으로 우리 사회를 보수화하려는 작업이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은 알고 있었지만, 인터넷언론까지 통제하려들 줄은 차마 예상 못했기에 자못 충격으로 다가왔다.‘기독교 인터넷언론
지난 5월 23일,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25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복식을 거행한 로메로 대주교는 민중의 성자였다. 독재정권에 맞서 민중의 인권과 정의를 대변하다 1980년 미사 봉헌 중 암살당한 로메로 대주교는 교회가 복자로 선포하기 훨씬 이전부터 가난한 이들의 수호자이자 정의의 순교 성인으로 남미 전역에서 민중들로부터 추앙을 받고 있었다.
지난 7월 28일 국회에서 ‘인천성모병원의 돈벌이경영과 노동, 인권탄압 실태 고발 및 개선 토론회’가 열렸다. 우선 플래카드에 적힌 ‘돈벌이경영’이란 단어 자체가 가톨릭병원에겐 뼈아프다. 지난 6월엔 인천의 또 다른 가톨릭병원인 국제성모병원도 허위 환자 유치 등 의료급여 부당청구 혐의로 병원장, 의사 등이 적발됐다. 보건의료노조의 ‘돈벌이 경영, 독재 경영
수난과 죽음이라는 예수 그리스도 그분 생애의 결정적 순간을 앞두고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여정은 스승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제자들과 갈등하는 장면들로 이어진다. 제자들은 그분과 전혀 다른 꿈을 꾸면서 동행하고 있으니, 수난 그날의 배반도 돌연한 것은 아니었다. 그토록 감동적으로 불림 받고 선택되었던 제자들이 이토록 스승을 몰이해하고 기어이 배반까지 할 수
MB정권 시절, 광화문을 뒤덮었던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 집회 이후, 서울광장 집회는 늘 경찰버스에 둘러싸인 채 가졌기에 ‘가두리 집회’라는 슬픈 이름을 얻게 되었다. 그 슬픈 광장이 몇 년 만에 자유와 해방을 만끽했다. ‘퀴어 문화축제’를 갖는 성소수자들을 혐오세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경찰버스가 아닌 자원봉사자와 외국인, 성직자 등 시민들이
인간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부터 받는 공격에 격심한 공포를 보인다. 유인원 시절 수풀 사이에 숨어 있던 뱀과 같은 파충류로부터 급습당해 본 트라우마 그 진화론적 흔적이다. 이른바 무의식 속에 잠재된 파충류공포증으로 에덴동산에 유혹자가 뱀으로 나타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온 나라를 한 달째 마비시키고 있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도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부활절이다. 하지만 나는 차마 부활을 선포할 수 없다. 아직은 부활을 이야기하기가 조심스럽기만 하다.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땅이 너무 아픈 까닭이다. 갇혀 있는 이들이 곳곳에서 죽은 몸으로 울부짖고 있는데, 부활대축일 미사와 연합예배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알렐루야! 알렐루야! 부활축하 타종소리만 울리면 부활은 그냥 오는 것일까.한 해가 다가도록 깊은
지난 2월 12-13일 교황청에서 전 세계 추기경 164명이 모인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재로 열린 추기경회의에서 교황청 기구 개편과 관련하여 주목할 논의가 있었다. 바로 평신도평의회와 가정평의회, 교황청립 생명학술원을 합쳐 새로운 성(省)인 ‘평신도가정생명성’으로 승격하려는 움직임이다. 이제껏 주교성, 성직자성, 수도회성은 있었지만 평신도를 위한 성은
8월의 크리스마스였다. 얼마 전 모임에서 만난 개신교 신자의 ‘마치 4박 5일간 꿈을 꾼 것 같았다’는 고백처럼 온 나라가 교황의 몸짓 하나 손짓 하나에 울고 웃었던 감동의 도가니였다. 기어이 프란치스코 신드롬까지 남겼던 방한이었다.곳곳에서 울렸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예언자적 외침들그런 와중에도 이 땅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비행기 트랩에 오르는 순간까지 교황
4월 16일 ‘그날’ 이후,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 대한민국이 달라져야 한다’고들 한다. ‘프란치스코 신드롬’이라할 만큼 온 나라를 4박5일간 감동으로 열병 앓게 했던 교황 방한 이후 한국 가톨릭교회 역시 교황 방문 이전과 이후로 달라져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교황이 방문했던 꽃동네 역시 마찬가지다. 단지 한국가톨릭교회에 대한 교황의 주문이 ‘번영
‘구미판 도가니’ 사건은 장애인복지시설의 ‘윤일병 구타 사망’ 사건이번에는 ‘구미판 도가니’ 사건이다. 검찰은 지난 8월 1일 수용 장애인들을 감금하는 등 가혹 행위를 하고 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미시 옥성면 S장애인 복지시설 관계자 20명을 기소했다. 또 복지시설 허가 과정에서 공무원 유착 비리 여부를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그들은 수용 장애인의 버릇을
2014년 4월 16일, 계절이 봄의 절정으로 치닫던 그날, 하지만 우리 모두는 세월호와 함께 봄을 잃어버렸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생때같은 학생들 수백 명을 우리 모두의 가슴에 묻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본의 탐욕과 관료의 부패,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함으로 점철된 세월호 참사는 이제까지 우리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쌓아온 성장 신화의 바벨탑이
“이 결단을 두고 얼마나 오랜 시간을 망설이고 괴로워했던가? 지금 이 시각 완전에 가까운 결단을 내렸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 형제의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이상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생을 두고 맹세한 내가, 그 많은 시간과 공상 속에서, 내가 돌보지 않으면 아니 될 나약한 생명체들.나를 버리고,
김진숙은 내 트친이다. 아마 그녀가 처음으로 트위터를 시작한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내가 그녀를 도울 수 있는 것이란 안타까운 심정에 멘션이나 RT로 소식 전하는 것뿐이라 늘 미안하지만, 그래도 그녀가 85호 크레인으로 올라간 지난 겨울부터 6개월동안 하루도 내 마음이 크레인을 떠난 적은 없었다. 그러다 지난 주말, 200일째 고공농성 중인 85호 크레인 맞
현대사회에서 여가란 그 어원인 라틴어 ‘licere’나 그리스어 ‘Schol'e’의 고전적 의미처럼 노동이나 직무를 다한 후 허용된 자유시간 정도로 보던 종래의 소극적 의미에서 벗어나 오히려 ‘지금 여기’의 순간에 몰입해 즐기며 창조적 미래를 준비하고 재충전하는 생산적이고 역동적인 의미를 지
복음의 시작은 광야의 소리(마르 1,1~3), 평생을 광야에서 살았던 야인(野人) 세례자 요한은 그분에 앞서 복음의 길을 닦은 교회의 모태요 텃밭이었다. 공생활을 앞둔 예수께서 그런 광야의 사람을 굳이 찾아가 세례 받으시고, 예루살렘이 아닌 갈릴래아에서 교회를 시작하신 것은 교회의 눈길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를 분명히 보여준다. 이런 야성(野性)이 세속에선
언젠가 TV에서 ‘네 잎 클로버’만을 따로 재배·가공하여 액세서리로 만들어 국내시장만이 아니라 수출까지 하며 고수익을 올리는 농장을 소개하는 것을 보며 빙그레 웃음 머금었었다. 우리가 행운의 심벌로 여기는 ‘네 잎 클로버’야말로 사실은 장애를 지닌 이른바 ‘비정상적’ 클로버인 까닭
성당에 갈 때마다 가장 먼저 가깝게 만나는 사람이 본당수녀들이다. 주임신부와 같은 사제보다는 더 친근하게 여겨져서이기도 하지만 우선 본당사목의 실질적인 총괄 관리자인 사제는 신자 개개인과 개별적 친목을 나누기 힘든 까닭도 있다. 본당 규모가 갈수록 대형화되면서 사제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도와주는 사목보조자로서의 수녀 역할은 결코 그 중요성이 줄어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