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려는가'라는 제목을 시작으로 사회교리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2년간의 이야기를 이제 마무리하려 합니다. 무슨 제목으로 어떻게 마무리 할까 하다가 요즘 유행하는 영화 ‘서울의 봄’이 떠올랐습니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이후 독재정권의 종식을 기대한 사람들은 우리나라에 비로소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으리라는 꿈을 가졌지요. 그래서 봄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프라하의 봄’이라는 말 들어 보셨나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일어난 민주화 시기를
지난 주일 복음을 묵상하면서 한참을 머물렀던 말이 있습니다. “각자의 능력에 따라 한 사람에게는 다섯 탈렌트, 다른 사람에게는 두 탈렌트, 또 다른 사람에게는 한 탈렌트를 주고 여행을 떠났다.”(마태 25,15) 하늘나라를 비유로 설명하는 주님의 말씀이지만 지상 나라, 특히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에도 너무나 잘 맞는 비유가 아닐 수 없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은 다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다섯 탈렌트를 소화할 능력이 있고 누군가는 두 탈렌트를 누군가는 한 탈렌트도 소화할 능력도 없는 사람도 분명 존재합니다. 분야를 따져
얼마 전 대전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신학생들의 시국 선언문을 접했습니다. 신앙의 못자리라고 불리우는 신학교에서의 시국선언은 2016년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2016년 당시 사제서품을 앞둔 부제였던 저 역시 부산신학교의 시국 선언 초안을 잡고 동기들과 함께 머리를 맞댔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단순히 사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에서 끝나지 않고 복음과 교회의 가르침에 충실하기 위해 함께 노력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사목 헌장 1항으로 시작하는 당시 시국 선언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 현대인들
이야기 하나“시커먼 먹구름 위에는 언제나 빛나는 태양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먹구름을 걷어내고 혼란 속에서 나라를 지켜낸 구국의 지도자” 어느 독재 국가의 이야기 같지요? 우리나라 이야기입니다. 아! 그렇다면 예전 군사정부 시절에 한 대통령을 두고 말한 이야기일까요? 아닙니다. 현 대통령을 두고 한 민주평통 부의장 김관용 씨의 말입니다. 80 나이에 한 자리 차지하려는 노욕마저 안쓰러워 보입니다. 역시 3선의 구미시장, 3선의 경북도지사 출신다운 인물의 행보입니다. 제1공화국 때 모 장관이 방귀를 뀐 대통령을 두고 “각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교복을 입고 중학교에 가는 처음부터 저에게 세상의 모든 것은 경쟁이었습니다. 반을 정하는 배치고사부터 쪽지 시험 그리고 중간, 기말고사. 하나하나 끝날 때마다 1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웠고, 그것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조금이나마 남들보다 앞서야 하는 것, 그런 현실은 고등학교에 가서 더 심해졌지요. 순간순간 기준에 따라 세워지는 줄에서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안 될 것 같은 숨 막힘이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신학교에 가서 만난 현실은 완전 달랐습니다. 배려와 형제애를 배우게 되었지요. 그리고 군대를
예전에 어느 드라마에서 보던 장면입니다. 사람들이 모여 포커를 치고 있습니다. 판이 점점 커지고 한 명이 외칩니다. "올인." 올인이라는 것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건다는 뜻이지요. 올인을 한다는 것은 정말 이길 수 밖에 없거나, 아니면 이 압박감으로 상대방이 그 게임을 포기하게끔 만드는 전략입니다. 상대방은 올인을 한 사람의 패를 알 수 없기에 나름대로의 고민을 하며 결정을 내립니다. 아무튼 여기서 올인이 가능한 이유는 서로가 경기에서 이겨야 하는 적으로 만났기 때문입니다.요즘 우리 정부에 올인이 난무합니다. 그것도 국민을 상대
이야기 하나본당에 우리농 매장이 있습니다. 저도 가끔 필요한 물건들을 사고, 많은 교우분께서 즐겨 찾지요. 교우분들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도 꽤 많이 찾습니다. 얼마 전 교우가 아닌 어느 할머니께서 오셔서 저에게 물었습니다. “신부님, 우리농에 소금 남아 있어요?” 당연히 재고 사항을 모르는 저는 주차장 뒤의 소금 창고에 갔습니다. 있으면 우선 가져가시고 제가 우리농 담당자께 얘기하면 되니깐요. 그런데 창고에 그렇게 많이 쌓여 있던 소금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어느 순간 다 팔리고 이제는 없어서 못 판다고 하더군요.
가정의 달 5월입니다. 어린이날을 맞아 황금연휴가 있었지만 비가 와서 아쉽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나마 비가 필요한 이 땅에 단비가 내려 땅의 갈증을 해소해 주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 봅니다. 지난 월요일은 어버이날이었지요. 그리고 다가오는 주일은 부부의 날이기도 합니다. 사제가 된 후로 가족들과 함께 살지는 않지만, 적어도 1년에 한번은 가족들과 함께 짧은 여행이라도 다녀오려고 노력중입니다. 올해의 경우 지난달 조카가 태어나서 동생이 함께하지는 못했고 부모님만 모시고 지난주에 짧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어느 시골 공소를 베
항상 그랬지만 요즘 뉴스를 보면 화가 나다 못해 헛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 나라 정부가 대한민국을 위한 정부인지 아니면 일본이나 미국을 위한 정부인지 그 정체성이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그로부터 104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합니다." 삼일절 기념사의 논란이 이를 예견했던 것같이, 그 이후에 벌어지는 현실은 처참합니다. 대통령과 내각의 의전상의 실수나 사소한 논란거리는 이제 눈길도 잘 가지 않습니다. 인사, 외교, 안보, 국방 어디 하나 무난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이제 1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왕 당선된 대통령이니 나라를 발전시키고 국민들의 삶을 안정시키는 데 주력해 주기를 원하고 기도했지만, 그럴 일은 없어 보이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크고 작은 사고와 염려스러운 발언들과 행동들을 보면서 과연 이 사람에게는 무엇이 중요한가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돈이나 권력 같은 세속적인 것 말고, 나름 이 사람에게도 초월적인 무언가에 대한 가치가 있을진대 그것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은 무엇인가 시작할 때 자신이 생각하
2023년 2월 6일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큰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역사상 찾아볼 수 없는 비극이지요. 사망자가 4만 명을 넘어서고 부상자가 12만 명 그리고 2000만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튀르키예 인구의 약 25퍼센트를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지원을 약속했고 각 단체와 개인의 도움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모습은 지구촌이 하나의 공동체임을 새삼스레 알려주는 듯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톨릭교회는 물론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이 재난을 함께 극복할 힘을 주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그런데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매번 새해를 맞이하면 되새기는 구절이 있습니다. 바로 사목헌장 1항입니다. “기쁨과 희망(Gaudium et spes), 슬픔과 고뇌, 현대인들 특히 가난하고 고통받는 모든 사람의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 제자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고뇌이다. 참으로 인간적인 것은 무엇이든 신자들의 심금을 울리지 않는 것이 없다. 그리스도 제자들의 공동체가 인간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교회의 사람이지만 세상 속에 살아감을 잊지 말아야 된다는 스스로의 다짐이기도 합니다. 그러
주님 성탄 대축일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 거룩한 날을 맞이하는 대림 시기의 막바지이지요. 많은 분들이 주님 탄생을 기다리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준비 중에 하나가 고해성사이지요. 자기의 죄를 성찰하고 고백하며 죄를 다시 짓지 않도록 결심하는 이 성사는 나를 스스로 돌아보고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합니다. 그런데 한창 판공성사를 드리기 위해 본당을 순회하던 때 뉴스에 올해의 사자성어가 선정된 기사를 보았습니다. 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서 바로 ‘과이불개(過而不改)’입니다. 난생 처음보는 사자성어였지만 뜻을
얼마 전 이러한 제목의 뉴스를 보았습니다. “깻잎 4만장 못따면 소쿠리당 월급 깎아도...이주노동자 못떠난다” 이주노동 지원 단체인 ‘이주노동 119’라는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1년간 캄보디아 출신 농업 이주노동자 334명(상담건수 594건)을 상대로 임금·숙소·성폭력 문제 등을 상담한 결과를 공개한 것입니다. ‘사업장 변경’ 문제가 114건(19.2퍼센트)으로 가장 많았고, 임금체불·초과노동·퇴직금 등 ‘임금 문제’가 87건(14.6퍼센트), 부적합한 숙소나 과도한 숙소비 등 ‘기숙사’ 문제가 83건(14퍼센트)으로 뒤를 이었다
군대를 다녀온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바로 군대 이야기지요. 그에 반해 여성이라면 금방 질려버려 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 10명이 모이면 10가지 이야기가 펼쳐지는 신비(?),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진실이고 진실 같은 이야기가 오히려 거짓인 곳. 그렇게 오늘도 장병들이 원하는 국방부의 시계는 어떻게든 흘러가고 있습니다.군대를 다녀온 것이 자랑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는 군대가 꼭 필요한 국가입니다. 누가 뭐라 해도 주적인 북한이 휴전선을 앞두고 시시각각 위협을 하는 상황이지요. 그리고 한반도
내일(8월 17일)은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째 되는 날입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가 처한 상황을 보면 100일을 축하하기는커녕 어디 하나 안정된 곳이 없어 보입니다. 우선 지지율이 이러한 상황을 단면적으로 보여 줍니다. 취임 2개월 만인 7월 1주차에 한국갤럽 여론조사 기준으로 지지율 40퍼센트가 붕괴되었지요. 여론조사의 수치가 절대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는 없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2년 5개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1년 10개월 만에 40퍼센트 선이 무너졌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가볍게 넘어갈 수치는 아닌 듯합니다. 그리고
어제는 제헌절이었습니다. 예전에는 공휴일이었지만 2005년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 개정되면서 식목일과 더불어 공휴일 제외 대상에 포함되었습니다. 그래서 2007년을 마지막으로 제헌절은 공휴일 목록에서 사라졌습니다. 비록 공휴일은 아니지만 1948년 7월 17일 대한민국의 헌법 공포를 기념하는 날인 만큼 그 의미는 줄어들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 제헌절은 여러모로 씁슬한 소식을 함께 가지고 왔습니다. 후반기 국회의 공회전이 50일째로 접어든 것입니다. 여야는 17일 제헌절까지 원 구성을 마치자는 데 공감대를
신학교를 다닐 때 마음속에 품고 있던 질문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한국교회사는 박해가 전부일까?’ 박해가 끝난 이후 교회의 모습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가 가진 지식적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몇십 년을 훌쩍 넘어서 민주화를 위한 한국 교회의 노력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었는데 일제 강점기 때 교회의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인간이 교회가 따라 걸어야 할 길, 교회의 일상 생활과 체험, 교회의 사명과 노고를 기울여야 할 길이기 때문에 오늘의 교회는 늘 새로운 방법으로 인간의
지난주 어린이 미사 때 벌어진 일입니다. 보편지향 기도 때 광주 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가 있었습니다. 기도문을 읽는 아이 옆에 앉은 친구의 목소리가 제대까지 얼핏 들렸습니다. ‘광주 민주화운동이 뭐야?’ 미사가 끝나고 아이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광주 민주화운동이 어떤 일인 줄 아니?’ 두 친구의 대답이 갈렸습니다. 한 친구는 광주 시민들의 반항(초등학생의 표현임을 감안해 주십시오)이라고 이야기했고 한 친구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운동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순간 생각이 복잡해졌습니다. 하긴 성당 안에서도 ‘빨갱이’라는
이번 대선은 많은 기록을 남겼습니다. 21세기 출생자가 처음으로 대선에 참여했고, 만 18세가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선이었습니다. 그리고 0.73퍼센트라는 아주 작은 차이로 승부가 결정 났습니다. 득표수로는 24만여 표 차이였지요. 제가 사는 울산의 한 구에서는 두 후보의 득표수가 95표밖에 차이 나지 않은 현상도 발생했습니다. 공중파의 출구조사 역시 거의 정확히 적중했고 코로나19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높은 투표율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새로운 대통령과 5년을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제가 오늘 나누고자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