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어두웠던 시절 우리의 민주화 투쟁은 민주주의 이념의 힘이라기보다는 5․18의 처절한 경험 그리고 각종 고문사건 등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가치가 깨어지던 모습에 대한 분노를 통해 이끌려갔다.”(114-115쪽)벌써 35년의 세월이 흘렀다. 일제 강점기에 해당하는 먼 듯 멀지만 않은 시간이다. 어린 시절 오월 광주는 철저한 금기였다.
“자본주의가 본질적으로 빈곤층을 위해서는 거의 무익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소수를 위해서만 막대한 소득과 부를 창출할 수밖에 없는지에 관한 처음의 의문을 다시 되짚어보자. 이는 자유시장 또는 통제받지 않은 자본주의의 영향 때문인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자본주의는 파괴의 씨앗을 품고 있는 것이다. 왜냐고? 자본주의는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충분한
지금도 작년 3월 14일 아침의 기억이 생생하다.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되었다는 소식. 베네딕토 16세가 사임을 했으니 누구든 교황은 되겠지. 구렁이 담 넘어가듯 새 교황이 탄생했다. 그런데 이날 교황 선출 소식에서 몇 가지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었다. 최초의 라틴 아메리카 출신이요, 최초의 예수회 출신이라는 점, 역대 수백 명의 교
글 읽는 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 중 하나이며, 자신과 세상을 알아가는 소리이며,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가는 소리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서당의 이미지는 글 소리로 어우러져 다분히 청각적이다. 거기에 김홍도의 와 스승의 회초리 등 몇 가지 시각적 이미지가 가미된다. 하지만 서당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공부했는지, 그것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는
내 귀여운 아이들아,너희들하고 놀아 주지도 못하고 애비가 어디 가서 오래 못 와도슬퍼하거나 마음이 약해져선 안 된다.외로울 때는 엄마랑 들에도 나가 보고봄 오는 소리를 들어 봐야지.바람이 차거들랑 옷깃 잘 여며 감기 들지 않도록 조심하고.―김근태, ‘항소 이유서’(1986. 5. 3) 중에서너는 햇살이었다. 내가 네 이름을 불렀다. 신새벽 뒷골목에서 숨죽여
때는 2043년. 하늘 빛깔이 심상치 않다. 전세계적 전쟁은 모든 문명을 송두리째 날려버렸다. 물은 물론 먹을거리도 구하기 힘들어졌다. 심상치 않은 이 남자, 일라이는 고양이를 사냥해 구워먹는데, 옆에 찍찍거리는 쥐에게 고양이 고기 몇 점을 던져준다. 세상은 극도의 야만상태에 빠져 인간들을 서로를 약탈하고 서로를 잡아먹기도 한다. 상대방의 상태를 알아보기
미하엘 엔데의 에 이렇게 깊은 뜻이 있었다니! 미하엘 엔데는 우리에게 의 작가로 매우 친숙하다. 특히 는 을 통해 더욱 폭발적인 사랑을 받기도 했다.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바늘이다”로 시작하는 이 노래의 모모는 미하엘 엔데의 모모가 아니라 로맹 가리의 에 등장하
방대한 엑스맨 시리즈의 밑그림1984년에 유리 겔라가 한국에 와 텔레비전에서 한 판 쇼를 벌였다. 고장난 가전제품도 고치는 등 몇 가지 초능력을 발휘하는데 숟가락 휘는 것은 나도 놀랐다. 같이 따라하면서 나도 조금은 휘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다 사기였다고 하지만. 그런 낮은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초능력을 갖춘 사람들을 이 영화에서는 돌연변이라 부른다.엑스맨
최근 험악한 남북관계를 지켜보면서 지난 10년 민주정부 기간 동안 얼마나 남과 북이 화기애애하게 지냈는가를 느끼게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성큼성큼 서로의 거리를 좁혀왔으나 다시 오래전 그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회귀해버렸다.남북의 대치 상황은 상대방을 향한 공작과 정보 쟁탈을 위한 특수집단을 양성하게 했다. 이른바 간첩, 우리 사이에서 같이 떠들고
20세기를 휘저었던 나치의 이미지는 새로운 세기에 접어든 지금에도 너무 생생하게 남아 있다. 아직도 아우슈비츠로 상징되는 홀로코스트가 이래저래 장사가 되고, 잔혹한 지도자의 이미지에는 히틀러가 교차한다. 그러한 나치를 경험한 독일인들은 얼마나 나름대로 심란했을까. 이제는 그만 반성하자는 여론이 일기 시작할 정도로 독일은 철저히 나치의 잔재를 없애려고 노력해
신앙인아카데미에서 34호가 발간되었다. 신앙인아카데미는 평신도 교육기관으로서 종교 · 신학 강좌와 고전 강독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은 부정기 간행물로서, ‘깊은 수행’, ‘예언자적 성찰’, ‘생태적 시선’ 등 분리될 수 없는 세 영역을 통합적으로 바라보고 엮어내기를 희망하면서 2004년부터 발간해왔다.2011년부터 계속해서 연재 중인
생일 파티! 사랑 때문에 역사의 현장으로지난 석가탄신일 연휴 예수살이공동체 청년들은 한국 현대사 기행을 떠났다. 서울 안에 있는 근현대사 유적지나 기념관을 쭉 걸어서 순례를 하는 행사였다. 2박3일간 계속 걷고 잠자리도 불편했지만 참석했던 청년들에게는 덤으로 평생 남을 추억거리 하나를 얻을 테고, 더 크게 참으로 한맺힌 우리 역사의 흔적들을 가슴으로 몸으로
언제까지 인간이 이 지구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늦은 밤 케이블 텔레비전 영화 채널을 돌리고 있으면 바이러스가 퍼져가면서 서서히 인류가 멸망해가는 내용을 다룬 영화가 꽤 많다. 가령 사람들의 신체를 변형해 무기화하려는 실험을 하다가 바이러스가 퍼지고, 감염된 사람들이 좀비로 변한다. 남아 있던 생존자들도 점차 좀비가 되어가고 인류는 멸망 직전에 이른
어쩌면 손의 대화가 음성의 대화보다더욱 깊게 소통하는지 모른다 언젠가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 미사에 참석한 적이 있다. 수화와 자막을 통한 철저히 시각적인 미사였다. 그렇기 때문에 미사를 거행하는 공간이 어두워서도 안 되고, 앞에 있는 주례 사제와 해설자, 독서자들이 잘 보여야 한다.미사가 끝나고 저녁을 먹는데 수화로 한참 대화를 하기에 밥을 먹다가도 서로
의식화, 커리큘럼, 또 하나의 통제지금은 그런 말을 별로 쓰지 않지만 예전에 ‘의식화’ 하면 상당히 불온한 어떤 것을 가리킬 때 쓰였다. 파울로 프레이리의 에 따르면, 이미 민중들은 지배 이데올로기를 의식화하면서 사태를 직시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에서 행해졌다는 의식화는 지배 이데올로기의 의식화를 넘어서는 재의식화의 과정이다. 파울
다 괜찮은데 전라도만 안 돼!유쾌하고 흘러가면서 재미로 보기에 딱 좋은 영화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미심장한 대목을 발견하게 된다. 이 영화, 그다지 완성도가 높은 것 같지 않고, 좀 당황스러울 정도로 썰렁한 장면도 없지 않지만, 사람들 발목을 잡는 정체성과 편견에 대한 대목은 눈여겨볼 만하다.때는 바야흐로 1989년이다. 청춘남녀가 서로 사랑을 키워나간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우선 책 속의 글자를 읽는 일이지만 그와 동시에 책을 쓴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일이기도 하다. 그냥 피상적인 대화가 아니라 인생의 전 존재를 걸고 나누는 진지한 대화다.”(76~77쪽)책 읽는 사람, 책 읽는 공간을 따라서 정수복 선생은 같은 전문적인 연구서에서부터 같은 사색 깊은
속도와 경쟁에 지친 상처받은 영혼들,‘오래된 미래’ 동막골로 흘러들다빨간 칠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기에 이 영화는 신성한(?) 국가관을 모독하는 불경스러운 좌빨영화다. 감히 공산군과 손을 맞잡고 우방인 미군에 맞서다니 말이다. 반면 진보적 민족주의자들이 보기엔 너무도 아름다운 영화다. 그들이 갈망할 만한 이상적인 합작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거나 저렇
영화가 아무리 상상의 산물이라지만 냉혹한 현실을 우회적으로 보여줄 때 현실보다 더욱 강하게 다가오는 현실감은 소름을 돋게 한다. 많은 SF영화들이 표면적으로는 가상의 세계를 그리는 듯하지만 한 껍질을 벗겨내면 피부에 와 닿는 만만치 않은 이야기들을 하는데, 특히 디스토피아를 다룬 영화중에서 우회적으로 현실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다. 이 영화 이 딱
이 땅에서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하나. 고등학교 때 우리가 존경했던 여러 선생님들께서 전교조를 결성하셨다. 그때 전교조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교직은 성직인데 어찌 교사가 노동자가 될 수 있는가라는 주장을 폈다. 이런 주장들은 우리 사회가 노동을 어떠한 태도로 바라보는지 엿보게 한다.둘. 1992년에 상영된 전교조에서 만든 영화 를 보면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