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제출한 보고서를 마지막으로 대학 과정을 모두 마쳤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그 사이 나는 많은 부분에서 변화했다. 지식도 경험도 다양해지고, 알고 지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러면서 가치관이나 습관들도 조금씩 변했다. 갓 서울에 올라와 지하철 노선도를 항상 지니고 다니던, 뭐든지 어색하고 어리둥절한 여학생이던 5년 전을 돌아보면 시간이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자.”최근 세월호 사건을 겪은 후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그런데 나는 이 말이 참 난감했다. 첫째로, 서로를 향한 격려와 다짐인 듯하면서도 묘하게 무책임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각자가 있는 곳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이 파국을 헤쳐 나가보자’라는 것으로 읽히지만, 또 어떤 때에는 ‘각자
에 2년 동안 글을 연재해왔지만 내 글이 실리는 코너의 이름을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석 달간 한국을 떠나 쓴 여행기를 제외하고는 ‘청춘일기’ 쯤으로 분류되었고, 나는 그것을 ‘2010년대를 서울,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청년으로서 느끼는 바를 내 삶을 기반으로 길어 올려 쓰는 것’이라고 스스로 정의를 내리고, 그렇게 글
며칠 전, 몸이 좋지 않아 하루 종일 잠만 잔 날이 있었다. 몸이 안 좋은 기미를 보인 지는 꽤 되었지만 마땅히 쉴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푹 쉬는 일을 미뤄오던 참이었다. 몸살이 나기 직전에 다행히 주말이 찾아왔고, 할 일은 많았지만 일단 잠을 자자, 하고는 잠들었다. 거의 20시간 가까이 잠만 잤고, 나머지 4시간은 중간에 깨어나 밥을 차려먹는 데 썼다
꼭 보고 싶은 전시가 생겨 먼 길을 나갈 각오를 하게 되었다. 여기서 굳이 ‘각오’라는 표현을 쓰는 까닭은 전시장이 집에서 꽤 먼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부산이었지만, 집이 워낙 변두리에 있는지라 전시장까지 가는 데에만 한 시간 반이 족히 넘으니 왕복을 하면 3시간이 넘는 거리였다. 그렇지만 직접 작품을 볼 기회가 언제 또 생기겠나 싶어 부지런을 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