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43호(2024년 봄)에 실린 글입니다. - 편집자예견되었던 외국인 유학생 인권침해 사건2023년 12월 12일 단독보도로 11월 27일 한신대학교가 우즈베키스탄 국적 어학당 유학생 22명을 강제로 출국시켰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신대 학부 재학생인 나는 이후 학내에서 사건 대응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이 글을 통해 어떻게 이러한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생각과 언론보도 이후 사건과 관련해 현재까지 발생한 학내외의 일을 전하고자 한다.학령인구가 끝없이 줄어들고 대학들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라
이 글은 42호(2023년 겨울)에 실린 글입니다. - 편집자아침의 옥상에서 운 좋으면 일출을 보면서, 시원한 공기를 맞으며 이따금 새소리를 들으며 멀리 산과 하늘과 건물들을 보며 오늘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는 것,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이야기하자면 나는 그 감사 인사를 떠올린다. 지금도 실천을 지속할 수 있는 근원은 그 모든 것에 대한 감사이고, 그 감사한 모든 것과 내가 연결되었다는 감각이기 때문이다.쓰레기는 더 오래 더 멀리 여행한다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넣고 나면 끝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쓰레기에 범상치 않은 관심을
이 글은 42호(2023년 겨울)에 실린 글입니다. - 편집자가자지구“가자지구의 주민 어느 한 사람도 사랑하는 이를 잃지 않은 이가 없 다.” 지난 10월 7일부터 이스라엘 점령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무차별적으로 행한 공격으로 한 달 만에 1만여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살해당했다. 1967년 이후 살해된 아동 총수보다 이번 한 달간 공격에 살해된 아동 수가 더 많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사용이 금지된 백린탄을 비롯해 2만 5000톤이 넘는 폭탄을 투하해 병원 과 구급차를 폭격하고, 언론인을 표적 살해하며, 군
이 글은 41호(2023년 가을)에 실린 글입니다. - 편집자“정말 후회 없겠어? 여성에게 사제직을 허가하지 않는 가부장적인 교회에서 여성신학자로 살아갈 수 있겠어?” 이미 20년도 넘은 일이지 만, 내가 가톨릭 신자가 되기로 결정했을 때 같이 공부하던 동료들이 우려 가득한 얼굴로 내게 던졌던 질문이다. 그때 나는 “개신교라고 별반 다를까?” 하며 응수했고, 사실 예나 지금이나 여성이 사제나 목사가 될 수 있는지 여부가 교회의 가부장적 성격을 드러내는 단일한 척도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개신교의 많은 여성 목사는 교회
이 글은 41호(2023년 가을)에 실린 글입니다. - 편집자* 이 글은 2013년에 봉헌생활의 해 기념을 위해 여자장상연합회-주교회의 사목연구소가 계획한 연구 논문 중 하나인 본인의 논문을 현시점에 맞게 재구성했다. (이현숙, '해외 수도생활의 도전과 희망: 활동수녀회를 중심으로',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의 봉헌생활 현실과 쇄신방향에 관한 연구', 한국천주교주교회의, 2017) 이 글은 다양한 경험을 생생하게 기록한 내용에 기초한 작업이다. 대륙별(아프리카, 유럽, 오세아니아, 아시아, 북미와 남미)의 수도생활 쇄신
이 글은 40호(2023년 여름)에 실린 글입니다. - 편집자음악은 언제 이루어질까? 작곡가 머릿속에 악상이 떠오를 때? 그 악상을 악보로 옮길 때? 아니면 연주자가 악보를 소리로 재현할 때? 지난 3월 71살 나이로 타계한 일본의 작곡가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는 “음악은 청중의 마음에 전해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했다. 말로 옮기면 당연하게 여겨지는 그 사실을 자신은 오십이 넘어 겨우 깨달았다고 했다.1952년 도쿄에서 태어나 68 학생운동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청춘을 보낸 사카모토 류이치는 출판사 편집장인 부
이 글은 40호(2023년 여름) 특집 '윤 정부 1년, 복지를 돌아본다'에 실린 글입니다. - 편집자최근 윤석열 정부의 주 60시간 노동시간 연장 구상은 많은 공분을 불렀다. 2000만 노동자의 열망과는 전혀 다른, 전적으로 사용주의 편에 선 정책도 문제지만, 노동시간 단축과 삶의 질 향상을 꾀하는 세계 추세와도 맞지 않다. 나아가 세계 최고의 산업재해를 억제하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데다 다시 완화하려는 조짐도 안 보인다. 원래 자본주의는 노동자의 생명력을 먹고 살지만 윤 정부는 아주 노골적
이 글은 40호(2023년 여름)에 실린 글입니다. - 편집자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던 '나는 신이다'2023년 3월에 공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은 한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기독교복음선교회 JMS의 정명석을 비롯한 사이비 교주 4인의 범죄 행위를 고발해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이 반향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사회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와서 만들어졌다기보다, 성범죄 피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연출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연출 방식에
이 글은 39호(2023년 봄)에 실린 글입니다. - 편집자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1980년대 후반에 태어나 88올림픽을 구전으로 들어온 나에게 공동체란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 본 사람들만 알 수 있을 것 같은 무언가였다. 전설 속 동물처럼 사전적 의미로는 잘 알지만 제대로 된 실체는 알 수 없는 그런 존재다. 이렇게 자란 가련한 우리 MZ세대를 위해 교육자들은 협동과 공동체 정신을 맛보라며 수많은 조별과제를 하사했지만 그 결과는 참담함뿐이다. 온라인에 ‘조별과제’를 검색하면 ‘빌런’, ‘잔혹사’, ‘무능’ 같은
이 글은 39호(2023년 봄)에 실린 글입니다. - 편집자다소 힘겨운 마음으로 ‘소희’ 앞에 마주 섰다결국 피할 수 없었다. ‘다음 소희’(정주리 감독, 2022년작)는 개봉일부터 SNS 친구들을 통해 간간이 전해 듣던 영화였다. 부산기계공고를 졸업하고 현장실습생과 산업기능요원으로 일했던 허태준 작가("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었다", 호밀밭, 2020 저자)도 영화를 추천했고, 우리 사회를 향해 색다른 시선을 소개하는 작은 책방지기들도 저마다의 평을 남긴 터였다. 일상에 지친 탓인지, 가벼운 마음으로 봄을 맞이하고 싶
이 글은 39호(2023년 봄)에 실린 글입니다. 성소수자와 약자의 권리를 위해 힘써 온 고 임보라 목사(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섬돌향린교회 담임목사, 2월 3일 별세)를 추모하며, 영원한 안식을 빕니다. - 편집자초록나무, ‘너와 나의 임보라’올해 1월 어느 일요일 아침, 우리는 종로3가역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그는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에, 나는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 있었는데, 내가 먼저 그를 알아보았다. “어머, 목사님! 제가 다시 올라갈 게요. 출구 앞에 계세요!” 뜨거운 연인 같았을까. 단숨에 출구로 올라 그를
이 글은 38호(2022년 겨울)에 실린 글입니다.작년 10월부터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되었다. 별로 궁금하지도 않을, 뻔한 사정들이 얽혀 있었다. 서울의 월세를 감당할 수 없는 청년이라든지, 거의 20년간 혼자 살고 계시던 할머니의 외로움, 그리고 1인가구 시대에 걸맞지 않게 너무 넓은, 한때 대가족이 살던 집 같은 것 말이다. 내가 자취를 준비하다가 서울 월세에 좌절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할머니가 같이 살지 않겠냐고 하셨고, 내심 그것을 바라던 나는 덥썩 미끼를 물었다. 그렇게 나는 바리바리 싸든 짐과 고양이 한 마리
이 글은 38호(2022년 겨울), '비평-시대의 소리'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새로운 논의와 쇄신의 출발점을 기대하며“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한 제16차 세계 주교 시노드가 전 세계적으로 2021년 10월에 개막해 2024년 10월까지 3년의 여정으로 세 단계에 걸쳐 진행 중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시노드 과정에서 제기된 사항에 관해 좀 더 충실히 식별하고 논의할 수 있도록 한 번이었던 세계 주교 시노드 정기 총회의 회기를 두 차례로 늘렸고, 이에 따라 시노드의 전체
이 글은 38호(2022년 겨울), '비평-시대의 소리'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충분히 이해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부족했던많은 사람이 “우리 아이는 어디 학교에 다니고 혹은 어떤 회사에 다니고” 이렇게 자기 자식을 소개할 때, 나는 “제 아이는 29살 바이젠더 팬로맨틱 에이섹슈얼로서, 트랜지션(성확정 수술)과 성별정정을 마치고 현재 FTM 남성으로 살아갑니다”라고 소개한다. 저 말을 간단히 풀어 보자면, 본인은 젠더(보통 남녀로 구분)를 2개로 느끼고 있고 특정 성별에 상관없이 로맨틱한 끌림을 느낀다면 좋아할 수 있고
이 글은 38호(2022년 겨울), '평화, 인권, 공존 - 이주민의 곁'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서울 성북구 소재 라파엘센터에서는 매주 일요일 ‘이주민을 위한 무료법률상담’ 부스가 열린다. 이주노동자 무료 진료소인 라파엘클리닉에 방문한 이주노동자들이 법률적인 이슈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을 때 물어볼 수 있도록, 진료소 한 켠에 이주민센터 ‘친구’가 마련한 작은 공간이다. 어느 추운 겨울날이었다. 진료 대기를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서 있는 틈을 비집고 한 중년 여성이 부스 앞 간이의자에 앉았다. “어떤 큰 회사 사장님의
이 글은 37호(2022년 가을)에 실린 글입니다.대학 관련 상처 없으면 한국인이 아니다나는 사춘기 때 “삶이 우릴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라는 말이 참 싫었다. 그래서 필통에 “삶이 우릴 속이면 슬퍼하고 노하라”라고 써붙여 놓았다. 그런데 이제 내가 그때 나이의 세 배가 되고 보니, 삶은 나를 속인 적이 없었다! 내가 멍청해서 삶이 나를 속였다고 삶에 뒤집어씌웠을 뿐이다.우리나라 교육 문제도 그렇다. 각자 자신의 욕망은 숨겨 두고, 그 욕망이 부른 참사는 외면한 채 제도가 문제라고 탓한다. 그리고 그 제도
이 글은 37호(2022년 가을)에 실린 글입니다.여순항쟁, 침묵과 왜곡의 역사10월 구봉산 자락은 남해바다를 품고 빨갛게 물들어간다. 시선을 남해바다로 옮기니 1948년 10월 불의와 부당함에 궐기했던 제14연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산자락 따라 길게 늘어진 막사는 온데간데없지만, 1948년의 기억을 품은 제14연대의 철조망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2년 10월 또다시 74년 전의 10월을 기록한다.무자년(1948년) 10월, 제주도 진한 봄 내음이 바다 건너 육지에 내려앉았다. 진한 봄 내음은 핏빛이었다. 제
이 글은 37호(2022년 가을)에 실린 글입니다.영화 '경아의 딸', 영상 유출과 소통 채널올해 전주에서 열린 국제영화제에서 2관왕을 차지한 영화 '경아의 딸'(김정은 감독)은 헤어진 남자친구로부터 동영상 유출을 당하는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홀로 살아가는 ‘경아’(김정영)의 딸 ‘연수’(하윤경), 부푼 희망을 안고 최근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지내며 독립을 시작했다.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사는 경아는 이런 딸이 자랑스러우면서도 늘 단속의 대상이 되고 영화는 모녀의 영상통화 장면에
이 글은 36호(2022년 여름) '찬미받으소서 살아가기'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농사는 우주적 친교교황님의 말씀으로 서두를 시작해 본다.“한 하느님 아버지께서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이 서로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찬미받으소서' 89항)이것은 창조물 모두가 ‘우리’를, ‘한 가족’을, ‘한 형제자매’를 이룬다는 것을 말한다. 교황님은 이런 신학적 진리 위에서 ‘우주적 가족’(universal family)을 말씀하시고, ‘우주적 형제애’(universal fraternity, '찬미받으소서' 92항,
이 글은 36호(2022년 여름)에 실린 글입니다.60년 군부정치의 억압에서 해방될 희망의 문턱은 있는 것일까?촛농이 식고 ‘촛불’의 시간이 지나고 또 한 번의 대선을 지냈다. 누군가는 윤석열의 당선과 함께 ‘모든 것이 끝났다’고 여기며 좌절한다. 반면 어떤 끝의 시작을 바라며 이제부터의 시간을 기대한 사람도 있다. 확실히 대선이란 결과를 놓고 어떤 극단을 상상하게 할 만큼 중요해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무소불위의 왕이 아니라 민주공화정의 책임자를 뽑았으므로, 의외로 마냥 끝나버리거나 뭔가 크게 시작해 버리지 않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