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부의 티벳 땅에는 두 개의 얼굴이 있다. 하나는 현대 사회가 잃어버린 순수와 깊은 불심(佛心)을 지닌 사람들이 살고 있는 평균 해발 4천 미터 고원의 아름답고도 신비한 나라, 다른 하나는 60여 년 전 ‘하나의 중국’을 외치는 중국의 침략과 그에 이은 대량 학살로 인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120만 명이 죽임을 당한 고통과 비극의 나라다. 지난 3
세계 3대 종교는 그리스도교, 불교, 이슬람이다. 그 중 이슬람은 전세계 인구의 20%를 차지한다.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57개국이나 되는 나라에 퍼져 있는 이 종교를 말할 때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히잡이나 부르카로 얼굴과 몸을 가린 여성, 일부다처제, 혹은 팔레스타인 분쟁이나 과격 테러리스트? 부정적 시선을 거두어도 이슬람에 관해 연상되는
서울 성북구 주택가의 한 아파트. 이름난 무녀가 여러 신령님들을 모시고 사는 집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평범하고 조용한 곳이었다. 길에서 보던 오방색 깃발이나 간판 같은 표시는 없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 거실 풍경도 마찬가지였다. 소파와 텔레비전, 벽에 걸린 결혼 사진, 졸고 있는 강아지까지, 친근함이 묻어나는 흔한 가정집이었다. 거실 한편 탁자 위에 놓인
이화여자대학교 공과대학 후문을 지나 주택가 골목 막다른 곳에 이르자, 녹색 대문을 단 오래된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햇빛이 가득 쏟아지는 널찍한 방 안에 십여 명의 사람이 둥글게 자리를 잡고 편안하게 앉아 있다.시작을 알리는 어떤 신호도 없이, 앉은 이들은 함께 침묵 속으로 빠져든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을까. 누군가 자연스레
는 지난해 12월 10일부터 ‘이웃종교의 향기’ 연재를 시작해 총 17명의 이웃종교인을 만나 그들의 삶과 신앙에 귀를 기울였다. 연재를 하는 1년간 원불교 강해윤 교무를 시작으로 여호와의 증인 백종건 변호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웃종교인에게서는 때로는 다르고, 때로는 너무나 닮은 향기를 만날 수 있었다. 잔잔하고도 깊은 향기를 전해주
1939년, 일제는 전쟁 수행에 협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군대를 거부하는 여호와의 증인 38명을 체포했다. 당시에는 교세가 미약했기에, 신자 거의 모두나 마찬가지였다. 이들 중 5명은 옥사했고, 33명은 1945년 해방 뒤에야 감옥 문을 나설 수 있었다. 이른바 ‘등대사(燈臺社) 사건’이다. 이 사건은 정부가 편찬한 독립운동사 서적에 항일운동으로 기록돼 있
‘마을’이 대세다. 단절되고 외로운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이, 강압하고 선언하며 밀어내는 국가에 지친 이들이, 소통하며 삶을 나눌 수 있는 마을로 눈을 돌리고 있다. 마을 축제를 열고 교육을 함께 하며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삶을 나누고 있다.인천 강화군 길상면에도 마을이 있다. 마을 주민은 모두 58명. 주업은 콩나물 재배다. 좋은 우리 콩으로 잘 길러 하
직장인 K는 퇴근길에 느끼는 해방감이 썩 개운하지 않다. 업무에서 벗어난 해방감이 아닌, 직장 동료들에게서 벗어난 해방감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업무는 그나마 시작과 끝이 분명하지만, 인간관계는 회사를 다니는 한 계속 이어진다는 점이 더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그렇다고 K가 직장 동료들과 크게 갈등을 일으키는 건 아니다. 동료들의 특정한 행동과 말투가
“우리의학은 동양의학에 포함되지만 전통 한의학과 똑같지 않아요. 음양오행론에 기반한 전통 한의학에 건강도인술(몸이 안 좋았던 퇴계 이황 선생이 많이 쓰던 체조법), 기공술, 신체교정술 등의 생활건강법, 그리고 손침, 귀침 등의 민간요법 두 가지를 합쳐서 우리의학이라 부를 수 있겠네요.”테이블 건너편에 앉아 우리의학에 관한 설명을 술술 풀어놓는 이는 한의사가
“이것 보세요. 지렁이들이 음식물 찌꺼기를 먹고 영양가 있는 흙을 만들었어요. 사무실에서 나오는 찻잎과 과일 껍질 처리는 지렁이 항아리 하나로도 충분해요.”현희련 사단법인 에코붓다 사무국장이 책장 앞에 놓인 항아리 뚜껑을 열어 흙을 들추자 붉은 지렁이가 꿈틀거렸다. 검고 촉촉한 흙은 지렁이가 음식물을 먹고 만들어낸 ‘분변토’다. 에코붓다뿐만 아니라 정토회
강원도 삼척 응봉산 골짜기에 있는 삼무곡자연예술학교엔 세 가지가 없다. 판단이 없고, 소유가 없고, 결정적으로 계획이 없다. 주일학교 캠프에도 주제와 장소, 예산이 포함된 기획안이 먼저고, 30분짜리 소극장 공연에도 분 간격으로 체크된 큐시트가 모든 행사 관계자의 손에 들려있으며, 하다못해 40분짜리 유치원 수업에도 ‘수업계획안’이 필요한 세상에서, '계
‘따로 또 같이’라는 말이 있다. 각자의 개성이 살아있되 함께한다는, 현실에서 실행하려면 많은 갈등을 동반할 수밖에 없고 인내가 필수 조건이어야 가능한 말이다. 사람들은 자신을 지키고 싶어 하면서 동시에 다른 이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니, 어쩌면 인간의 특성을 어려운 용어 하나 섞지 않고 가장 쉽게 설명한 말인지도 모르겠다.이제는 낭만보다 음식점과 술집이 가
최서연 교무를 만나기 위해 서울 화곡동에 있는 서울외국인센터를 찾았을 때, 최 교무는 불을 켜지 않은 채로 책을 읽고 있었다. 오후 2시였지만 반지하인 외국인센터는 책을 읽을 만큼 햇빛이 넉넉하지 않은 듯 했다. “어둡지 않으세요?”라고 묻자, 이면지로 만든 명함을 내밀며 “전혀요”라고 답한다.“대부분 도시에서는 대낮에도 문을 닫은 채 불을 켜고 생활해요.
딱딱딱딱딱딱.문을 열고 들어서자 빠르고 리드미컬한 칼질 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이곳은 서울 강남구 수서동 전국비구니회관 사찰음식 강의실. 30여 명의 수강자들이 앞치마를 매고 재료와 레시피를 받는다. 수강생들은 모두 여성. 젊은 사람도 제법 많다. 재료 준비가 끝나자 수강생 중 한 명이 죽비를 세 번 두드리고 선재 스님과 수강생들은 두 손을 모아 합장하며
서울 북한산 자락 인수동 마을에 그리스도를 따르는 젊은이들의 공동체가 있다. 흔히 공동체라고 하면 한적한 시골에 모여 사는 방식을 떠올리게 되지만, 이들은 거대한 도시 한편에 빌라와 다세대주택 사이사이 서로 걸어서 닿을 수 있을 거리에서 삶과 신앙을 공유하며 살고 있다. ‘아름다운마을 공동체’에서 ‘마을 밥상’을 운영하는 신병철 씨와 공동체에서 발간하는 마
구불구불 예스러운 인사동 뒷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100년 전 개화기로 타임머신을 탄 듯 느껴지는 건물을 마주하게 된다. 붉은 벽돌 건물에 아치형 출입문과 청동 첨탑은 성당이나 교회가 아닐까 생각이 들게 하지만, 이곳은 1921년에 지어진 천도교 중앙대교당이다. 일제강점기에 명동성당, 조선총독부와 더불어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로 손꼽혔다는 천도교 중앙
“‘작은 공동체’가 우리 교회의 키워드예요.” 새해 첫 주일에 태어나 이제 갓 한 달이 된 섬돌향린교회의 담임목사를 맡고 있는 임보라 목사가 말했다. 섬돌향린교회는 지난 1월 6일 향린교회 60주년 기념 예배 중에 ‘분가(分家)’를 위한 예식을 갖고 새로운 교회로 공식적인 첫 발을 내딛었다. 이날 향린교회 신자들은 오랫동안 가족으로 지내왔던 87명의 섬돌향
나무여성인권상담소는 지난해 12월 29일로 문을 연지 꼭 4년이 되는 불교계 첫 여성인권단체다. 여성 불자들과 함께 하겠다는 서원으로 시작해 그간 성폭력 피해자 및 가해자 상담, 중고등학교의 성폭력 예방교육 등 다양한 상담과 교육 활동을 펼쳐왔다. 김영란 소장은 성폭력 피해자의 치유에 “‘나’라고 규정할 수 있을 만한 것이 없다”는 불교적 관점이 기여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