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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보면, 제 친정어머니는 건강한 모습보다 아픈 모습을 많이 보이셨습니다. 지금도 어머니는 지난 가을 어느 날 아침 찾아온 불청객 구안와사에 걸려 병원에 입원해 계신 상태입니다. 3년 전 여름 서서히 찾아온 뇌경색을, 마침 앓던 대상포진 때문에 먹던 독한 약의 후유증인줄만 알고 있다가 병원에 늦게 가시는 바람에, 결국은 왼쪽 팔다리가 마비되는 중풍으로 1
교회와 세상
유정원
2011.02.23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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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또 버겁게 살아갈 때는 잘 모르지만, 지난 세월을 돌아보노라면 어찌 이리도 시간이 빨리 지나가 버렸는가 생각하게 되곤 합니다. 한 남자와 사랑을 하고 혼인을 하고 아이를 낳고 함께 살아가는 제 삶도 그런 것 같습니다. 항상 성실하게 살았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과 가정을 이루어 끙끙거리며 힘겹게 버텨내었던 날들이 머릿
교회와 세상
유정원
2011.01.17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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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1호선 전철을 타니 대여섯 명의 외국인과 지나치거나 마주보고 앉게 되었다. 국적도 인종도 동남아시아인, 중국인, 영어를 쓰는 백인과 흑인 등 다양했다. 그들은 같은 국적의 사람들끼리 모여 있기도 하고, 흑인여자 어린이를 백인남자 아저씨가 손을 꼭 잡고 지나가기도 하고, 연인인 듯한 서양남자와 한국여자가 서로를 지긋이 바라보기도 하였다. 이제 이런
신학과 영성
유정원
2009.02.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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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후 새 식구가 된 남편과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을 대하면서 저는 제 자신과 삶에 대해 더 많이, 또 깊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낯선 것은 남편과 아이들만이 아니고 그들과 살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감정을 뿜어내는 바로 저일 때가 자주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몰랐던 민망하고 당황스런 제 속물성과 파괴성에 내심 흠칫 놀라면서, 이런 모습을 어떻게 받
신학과 영성
유정원
2009.02.06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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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나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산하 환경사목학술위원회 모임을 다녀왔다. 작년 겨울에, 생태신학을 전공하신 이재돈 신부님의 요청을 받고 이 모임에 함께 하게 되었다. 그날 위원회 발족식에 참석하면서 김운회 주교님께 운영위원 위촉장을 받고 코가 꾀이고 말았다. 지구촌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처하는 인간들에게 무지막지하게 착취당하고 회복이 거의 불능한
신학과 영성
유정원
2009.01.23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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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중풍을 앓으시는 친정어머니를 뵈었습니다. 어머니 곁을 지키는 아버지께 하루 휴식을 드릴 겸 목요일마다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아버지가 집에 계셔서 이상하다 했더니, 어머니와 전날부터 대판하셨던 모양입니다. 평소 말이 없으신 아버지는 별일 없었다는 듯 텔레비전의 바둑 프로그램에서 눈을 떼지 않으시고, 어머니는 아버지가 얼마나 환자에 대한 배
신학과 영성
유정원
2009.01.1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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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자마자 곧 우리 집 두 남자인 남편과 아들 생일이 돌아온다. 언제나 처럼 실속 없이 돈도 별로 벌지 못하고 일에 매달려 살면서도, 이번에는 아들 생일을 맞아 목도리를 선물하려고 일주일째 틈틈이 뜨개질에 매달려 있다. 딸아이가 자?반 친구의 뜨개질하는 모습을 보고는 당장 달려와 자기도 뜨개질을 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어찌어찌 시작된 일이다. 나는 어
신학과 영성
유정원
2009.01.0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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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전날 땅거미가 지자, 성당은 왁자지껄 시장판으로 변했다. 내가 다니는 본당의 식구들이 한데 모여 예수 탄생을 축하하려고 잔치를 벌이느라 북새통을 이루었다. 성당 안 제대 위에서 천사처럼 꾸민 초등생의 율동과 난타공연, 중고생의 연극, 청년들의 뮤지컬, 지역별로 나뉜 어른들의 성가대회가 3시간쯤 연이어 무대에 오르는 모습을 앉아서 지켜보며 다들 자신이
신학과 영성
유정원
2008.12.2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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