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년이 걸린다고 한다. 임금 수준에서 ‘남녀평등’이 실현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남녀 임금격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1등이다. 올 3월 발표된 ‘남녀 임금 격차 국가’ 지수에서 대한민국은 14년째 1위다. 어쩌면 여기서 살아가는 이들은 대개 (겪어서 뼈저리게) 알고 있는 사실을, 수치상으로 도표로 보게 되니 새삼스러
시청률이 거의 의미 없는 단어가 된 요즘이다. 지상파 드라마는 이제 ‘애국가 시청률’을 밑돌기 일쑤다. 시청률이라는 잣대마저 어쩌면 과거식이다. TV 앞에서 붙박이처럼 본방 사수를 하던 충성스런 시청층은 이제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집계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말들이 설득력을 얻어 가고 있다.그런데 이처럼 시청자를 한 군데 모으기 어려운 요즘, 거의 불가능에
영화를 본 어제(3월 31일)가 세월호참사 715일째라고 했다. 그러니 오늘은 716일째일 것이다. 또 이렇게 하루가 간다. 그러나 세월호 탑승자의 가족이었다가 곧 유가족이 된 사람들에게도 시간은 흐를까. 인간으로서 견딜 수 없을 십자가였던 그날 이후, 돌아오지 않은 아이들의 엄마 아빠는 어떻게 시간을 받아들이고 있을까. 다큐멘터리 “업사이드 다운”은 공식
대한민국이 꿈을 가진 젊은이에게 어떤 나라인지를 은연 중에 깨우쳐 주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 같은 프로그램이 있다. 엠넷에서 금요일 밤에 방송하는 “프로듀스 101(원오원)”이다. 걸그룹의 일원이 되어 가수로 데뷔하려는 101명의 소녀들이 출연해 매주 순위 경쟁을 벌인다. 4월 1일 종영 때 최종 11명을 가려낸다는 게 목표다.바꿔 말하면 아무리 적게 잡아
아주 오래도록 그래 왔다.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에는 일종의 자동 시스템 같은 것이 있었다. 주류 언론의 대대적인 상찬은, 거의 세뇌시킬 지경으로 다음 문구를 주입한다. “언어의 마술사 김수현” “역시 김수현!” 방영도 시작하기 전에 이런 찬사들이 먼저 쏟아져 나왔다. 마치 시청자가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지를 모두 짐작하고 꿰뚫어 보고 있다는
철학자들은 사랑은 둘의 경험이라고 말한다. 적어도 둘에게는, 세상에 오직 둘만 있는 순간이 존재해야 하고 그 ‘둘의 무대’를 지속시킬 수 있느냐에 이 사랑의 가능성 여부가 달려 있다는 뜻인 것일까. 이윤기 감독의 영화 “남과 여”에는 참으로 ‘둘’이 되기 어려운 복잡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서로 끌리지만, 잠시 같이 있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애매한 건
영화 "나쁜 나라"를 보러 갔다. 나도 미처 예상 못한 감정들에 한동안 사로잡혀서 생각보다 늦게야 결심이 섰다. 몇 번의 망설임과 수많은 핑계들을 간신히 눌러가며 집에서 꽤나 먼 극장을 찾아가는 동안에도 내내 스산했다. 그날따라 날씨는 정말 추웠다. 나도 모르게 손수건을 챙겨 주머니에 넣고 가는 마음도 무겁기는 마찬가지였다. 보고 싶은 마음과 피하거나
과거를 바꾸면, 미래가 바뀐다. 아니 미래를 바꾸면 과거가 바뀐다. 시제는 멈춰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과거는 불변의 서사로 ‘죽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당연히 과거는 현재의 관점에 따라 재편되고 심지어 생사여탈도 새로이 결정될 수 있었다. 서로 맞물려 있는 과거-현재-미래는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움직인다. 그 한끝의 한 지점만 달라져도, 파장은 무늬 전체
살다 살다 이렇게 뻔뻔한 영화는 처음인 듯하다. 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 얘기다. 그런데 다 보고 나니 소리 내어 웃고 싶을 만큼 유쾌해졌다. 지금이 한겨울만 아니라면 배꼽을 잡고 바닥을 굴러도 좋을 것 같은 통쾌함이다. 상상력이 줄 수 있는 최대치의 스케일을 펼쳐 보이며 한바탕 신나게 놀아 보자는 식의 영화다.물론, 장르는 코미디다. 영화 “이웃집에
공포영화를 무서워서 잘 못 본다. 오컬트나 호러 장르에 대해 당연히 잘 모른다. 무서워서 못 보고, 못 보니 더 모르는 분야다. 말은 그렇게 한다, 취향이 아니라고. 실은 보고 싶어도 밤에 생각날까 봐 겁난다.예전에 ‘전설의 고향’ 같은 소위 납량특집들도 ‘무서운지 안 무서운지’ 미리 잘 살펴보고 시청 여부를 정하곤 했다. 귀신이 나오는 전설 특유의 슬프고
또 미인 얘기다.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지적조차 하기 모호할 정도로, 그냥 판타스틱한 여자와 남자의 얘기다. 아니 그들의 꿀 같은 로맨스다. ‘오 마이 비너스’는 ‘고대 비너스’ 몸매로 역변한 왕년의 미인 얘기다. 주인공 강주은(신민아 분)은 원래 ‘대구 비너스’였다. 보통사람이 흉내 낼 수 없는 탁월한 미모였다는 뜻이다. 노력해서 된
반갑고도 마음 아픈 일이다. 이런 이야기를 드라마로 본다는 사실 말이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이야기, 절대로 도망칠 수 없는 우리 노동 현장의 이야기. 그럼에도, 이런 드라마를 본다는 건 어쩌면 ‘송곳’ 방영 이전에는 미처 상상 못했던 일이다. 텔레비전 드라마는 사실 굉장히 ‘보수적’ 장르다. 시청률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험적인 소재를 다루기보
왜 지금 이런 드라마가 나온 걸까? 시청하고 나서 한동안 어리둥절했다. 왜 이런 주인공들일까. 왜 하필 직업이 조직폭력배일까. 어떻게 이런 대단한 스타들을 한꺼번에 섭외했을까.이번 주 새로 시작한 수목극 ‘달콤살벌 패밀리’의 기획 의도를 보자. 가장 눈에 띄는 건 “이 시대를 살아가는 40대 가장의 고군분투기를 보여 주겠다”는 것이다. 아버지로서
위로가 가장 필요한 순간은, 어쩌면 아무런 위로도 통하지 않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위로란 무엇일까. 언제 해야 하는 것일까. 이미 쓸모없음을 충분히 각오하면서 타인에게 건네는 안타까운 눈짓 같은 것일까.지난주 에서 방영을 시작한 ‘응답하라 1988’은 위로의 드라마다. 우리는 지금 한 편의 드라마 시리즈로부터도 ‘위로’를 구하고 있다. 애타게 말이
제목도 친근하다. 타이완 영화 ‘나의 소녀시대’(Our Times, 2015)는 좀 뻔한데 귀엽고 쿡쿡 웃음이 나온다. 우리나라와 타이완의 입시제도며 청소년들의 관심사, 고교 생활 등이 적어도 십 수 년 전만 해도 대단히 비슷했음에 깜짝 놀랐다. 때로는 우리나라 얘기 같아서, 객석에서는 연신 웃음이 터졌다. 그렇게 극장에서 킬킬대며 영화를 본 게 무척 오랜
미치지 않고서야 할 수 없을 것 같은 ‘5시간 심야영화 보기’를 감히 하고 나서 몸살이 났다. 10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린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 가서 영화를 보다가, ‘미드나잇 패션(Midnight Passion)'에까지 도전했다. 마지막 밤이 아쉬워서였을까. 영화의 전당 내 ‘하늘연 극장’은 야밤에 영화를 보겠다고 몰려온 이들로 꽉 찼다. 어이가
가난한 국민의 피와 눈물로 전기를 만든다는 것 밀양은 이제 서러운 곳, 처절한 곳, 아픈 곳의 대명사가 되었다. 역설적으로 그 슬픔 때문에 거기서는 꽃이 피었다. 사람이라는 꽃, 이웃이라는 꽃. 그래서 눈물겨운 꽃.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은은한 볕(密陽)이 내리쬐는 아름다운 그 땅에, 지금은 이 나라에서 가장 높고 많고 무시무시한 송전탑들이 줄지어 세워지
그녀는 예뻤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아니라고 한다. 옛날에 그러니까 어렸을 때는 아주 뛰어나게 예쁘다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는 말이다. 어렸을 때 예뻤다고 해서 커서도 예쁠 거라는 추론은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 대개는 ‘떡잎’이 ‘될 성 부른 나무’를 만들지만, 가끔은 ‘역변’이라는 게 존재한다. 드물게도 그런 역변을 당해, 어린 시절의 친구가 자
드라마 ‘용팔이’는 현재 유일하게 시청률 20퍼센트 대를 기록하는 초인기작이다. 요즘 지상파 시청률은 10퍼센트를 넘기는 드라마도 워낙 드물기 때문이다. 방영 초반에는 김태희가 주인공인데 대사도 없이 누워만 있다고 핀잔을 들었다. 하지만 김태희는 주인공 노릇을 톡톡히 했다. 누워 있는 자태만으로도 어찌나 아름다운지 시청률은 연일 상승했다.절대 권
다시 청춘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상상만 해도 좋을 수도,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아플 수도 있을 것이다. 문화 콘텐츠는 특히 TV 드라마는 이 지점을 끊임없이 공략한다. 수많은 이들의 꿈과 소망과 회한이 엉겨 붙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여기 38살에 대학생이 된 ‘젊은 엄마’의 이야기가 있다. 금토 드라마 ‘두번째 스무 살’의 주인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