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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 삶에서만 평화와 여유로움이/부활 제4주간 금요일
늘벗 2019-05-17 06:48:45 | 조회: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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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전문 기사들이 바둑 한 판을 두고 나서는, 마치 정해진 것처럼 ‘복기’(復棋)라는 걸 한다. 복기란 자신이 둔 것의 잘잘못을 살피려는 거다. 그들은 약 300여 개나 돌을 두면서도 자신들이 놓은 돌을 순서대로 재현할 수 있단다. 어떻게 그럴 수가? 그것은 그들이 둔 돌들이 후에 어떠한 영향을 둘 것인지를 생각하면서 두었기 때문이란다. 다시 말해 놓는 순서만을 기억하는 게 아닌, 하나하나 놓을 때마다 그게 전체에 미치는 그 의미를 생각하였기 때문이라나.

그래서 자신이 놓은 돌을 자연스레 그대로 다 기억을 한다. 그 과정이 피 말리는 선택과 집중이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직업인으로 전문가다운 자세이다. 우리 삶의 시간도 무의미하게 보내면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을 게다. 그러나 한 순간 순간마다 바둑돌을 올려놓듯 말과 행동이 자신의 삶과 이웃에 어떤 영향과 의미를 주는지를 생각하면 우리도 죄다 기억할 수 있으리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요한 14,6ㄴ).’ 예수님의 이 말씀을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살도록 우리네 삶의 물음표로 한번 바꾸어 볼 수 있다. ‘나는 그분 길을 가는지, 판단과 선택은 진리에 근거한지, 누군가에게 생명을 주는 행동을 했는지?’라고. 토마스 사도가 예수님께 이와 비슷하게 여쭈었다. “어떻게 그 길을 알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께서 답하셨다. “내가 길이다. 그리고 내가 목적지다.”

토마스는 자신의 길을 모른다며 길을 물었다. 그런데 사실 그는 목적지도 모르리라. 그래서 그의 질문은 정확하다. 목적지를 모르기에 갈 길도 모르는 거다. 지금 바로 눈앞에 목적지이신 그분이 서 계시는데도, 그분께 엉뚱하게 묻는 거다. 예수님께서는 진리요 생명이시기에 목적지이시고, 또 그분을 통해서만 아버지께 갈 수 있기에 분명히 ‘길’이시다. 이처럼 두 분은 함께 길을 가신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를 잘 안다. 그러나 아는 것으로만 그친 채 실제로 그 길을 따르지 않는다면, 우리 또한 삶에서의 생명력을 잃어버리라. 예수님을 모시는 이는 가는 그 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길은 언제나 편하고 쉽지만은 않을 게다. 그 길이 우리에게만 주어진 ‘십자가의 길’일 수도 있기에. 그 고통의 길을 끝내 감내하기가 감히 두려우니까. 그러기에 그 십자가를 남이 져 주고 자신은 그저 뒤따라 걷고만 싶을 게다.

예수님께서는 진리이시다. 간혹 많은 이가 현실에 눈이 어두워 앞을 제대로 볼 수 없단다. 진리라는 말은 실체를 덮은 베일을 벗겨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본다는 뜻일 게다. 우리는 베일에 가린 채로만 볼 뿐, 그 실상의 안은 보질 못한다. 예수님은 그 본질을 덮은 베일을 벗기신다. 그리하여 그분을 이해하는 이는 그 근원을 꿰뚫어 볼 수 있다. 영원한 생명의 그 길을.

따라서 예수님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삶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어야만 한다. 우리가 하느님의 삶에 참여할 때 비로소 진정한 그분 생명이 우리 안으로 온다. 예수님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시다. 그렇다. 우리가 이런 삶을 살 때에만, 우리 내면은 더욱 정화되어 지고 우리 얼굴은 그분 얼굴을 닮아서, 항상 평화와 여유로 가득 차게 될 것이리라. 예수님께서 부활로 보여주신 그 영원한 생명에 이르는 우리도 두렵지만 감내하면서 걸어가야만 언젠가 참행복을 느낄게다.

2019-05-17 06:4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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